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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서 명품 ‘한식 만찬’ 연 조태권 광주요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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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태권 광주요 회장

“한식 세계화는 엄청난 사업입니다. 2030년까지 세계 중산층 인구의 반인 10억 명을 한식 인구로 잡고 그들이 한 달에 한 끼만 먹는다고 해도
1년이면 120억 인분의 한국 음식이 팔리게 됩니다. 한 끼당 평균 단가를 20달러로만 잡아도 시장 규모는 2400억 달러가 됩니다. 한식 세계화를 단순한 ‘밥장사’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해선 안 됩니다.”

한식 전도사인 광주요 그룹 조태권(64) 회장이 이번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명품 ‘한식 만찬’을 차렸다. 조 회장은 10일 LA 코리아타운 아로마센터 5층 뱅큇홀에서 한인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50여 명을 초청했다. 그는 2007년 10월 샌프란시스코 나파밸리에서 열어 극찬을 받았던 그 밥상 그대로를 재연했다.

 생선회 샐러드를 시작으로 랍스터 떡볶음-삼색전-백김치를 곁들인 등심구이-홍계탕죽과 후식 등 7가지 코스요리가 예술미가 깃든 우리 도자기 그릇에 담겨 제공됐다. 요리가 바뀔 때마다 100% 우리 쌀로 빚은 증류식 소주(화요)가 도수가 다르게 곁들여졌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옥스퍼드 팔래스호텔에서 LA 요식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식 세계화: 20억 세계인을 위한 밥상’이란 주제로 한 시간가량 강연을 했다. 이날 하루 종일 ‘한식 세계화’를 설파한 조 회장을 만나 한식의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식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다르다. 무엇이 그렇게 한식에 집중하게 하나.

 “한식 세계화는 단순히 음식만 팔자는 게 아니다. 음식은 곧 문화다. 그릇과 음식, 술이 어우러진 우리의 전통을 브랜드화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을 말하는 것인가.

 “지난해 4월 영국에서는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왕세빈의 로열 웨딩이 있었다. TV에 비춰진 파티장의 모습은 사치의 극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초호화 웨딩을 비판하지 않았다. 전 세계 20억 명이 시청했다는 로열 웨딩은 영국 문화의 진수로 비춰졌다. 파티장에서 보인 음식과 드레스, 케이크, 그릇 등은 가장 영국적인 것으로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다. 그렇게 가장 영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팔려 나가게 되는 것이다. 한식 세계화가 꿈꾸는 것도 그런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런 음식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인가.

 “부유층과 권력자, 명성을 가진 자가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이 값싼 치킨이나 팔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닭을 팔더라도 비싼 것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그래야 유기농 식재료를 만드는 일자리도 늘고, 내수가 돌게 된다. 또 고급 음식을 만들어 내면 부자들이 소비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급문화가 대중문화를 이끌고 대중문화는 다시 고급문화를 추동하는 순환적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조태권 회장이 10일(현지시간) LA 코리아타운에서 주최한 한식 만찬에서 한 참석자가 정갈하게 차려진 요리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LA중앙일보=백종춘 기자]

 -한인타운 식당을 찾는 다른 인종들도 많다. 그들이 김치 먹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식이 스시나 피자처럼 세계화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보니까 LA에도 제법 좋은 한식당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메뉴는 그대로였다.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하고, 그릇과 술을 더해 음식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식은 손길이 많이 가야 하고 또 양념이 많아 먹고 나면 지저분하다는 얘기들도 한다. 한마디로 세계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끊임없이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급스러운 음식문화는 종갓집을 통해 한 집안 문화로만 음식의 명맥이 대물림되고 말았다. 푸짐하고 값싼 것이 최고라는 우리의 식당에 대한 인식도 빨리 버릴 필요가 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줄곧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을 강조하고 있다. 너무 비싸면 접근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상징적 음식, 상징적인 식당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물론 비싼 것도 팔리고 형편에 맞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가격도 다양화해야 한다. 다만 한식이 세계적으로 이렇다고 인식될 만한 상징성을 구축해야 한다. 상징성이 있으면 다음부터는 저절로 다양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떡볶이나 갈비, 비빔밥 등 어떤 음식에 주력할 것인가도 중요할 거 같다. 어떤 게 좋은 것인가.

 “물론 주력해야 할 음식이 있다. 하지만 기존에 하던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력 음식을 정하는 것은 더 많은 의견을 모아야 한다. 우선 그렇게 하기 전까지는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 양념을 바꿔보고, 모양이나 서빙하는 방법도 달리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LA를 첫머리로 둔 이유가 있나.

 “LA는 가장 많은 한인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인종이 얽혀 살고 있다. 한식을 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97년 나파밸리 행사와 똑같은 만찬을 준비한 것도 LA 한인들이 보고 느끼도록 해보자는 차원이다.”

LA중앙일보=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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