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38대 34 …‘황색 코비’ 진짜 코비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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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닉스의 가드 제러미 린(오른쪽)과 LA 레이커스의 가드 코비 브라이언트가 11일(한국시간)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파울로 경기가 중단되자 나란히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린이 개인 득점과 팀 승부에서 모두 코비를 이겼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황색 돌풍’ 제러미 린(23·1m91㎝·뉴욕 닉스)이 코비 브라이언트(33·1m98㎝·LA 레이커스)의 높은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린은 11일(한국시간)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전에서 프로 통산 최다인 38점을 쓸어 담으며 닉스의 92-85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에 앞서 코비는 ‘제러미 린에 대해 들어봤느냐’는 질문에 “그가 누군지 모른다”며 린을 무시했다.

 하지만 코비가 더 이상 린을 모른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매디슨스퀘어가든만 오면 펄펄 날던 코비지만 린과의 첫 맞대결에서 혼쭐이 났다.

 린은 3점포 2개 포함해 23개 슛 중 13개를 명중시키는 고감도 슈팅을 선보였고, 어시스트 7개와 리바운드 4개를 곁들이며 레이커스 공략에 앞장섰다. 현란한 드리블과 재빠른 골밑 돌파, 정교한 슈팅, 오픈된 동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주는 등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카멜로 앤서니를 제치고 팀 내 시즌 최다 득점 주인공이 됐다. 종료 52초를 남겨놓고 린이 자유투 라인에 들어서자 관중은 일제히 기립해 “MVP! MVP!”를 연호했다.

 현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코비는 34점을 올렸으나 29개 슛 중 11개만 들어가는 슛 난조에 허덕였다. NBA 최저연봉(80만 달러·약 9억원)을 받는 린이 몸값만 315배 가량 차이나는 리그 최고연봉자(2524만 달러·약 284억원) 코비에게 판정승한 것이다. 코비는 경기 뒤 “오늘 린의 활약은 그가 얼마나 끈기 있게 노력해 왔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선수다”라며 태도를 바꿨다.

 린은 12일 미네소타주 타깃 센터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경기에서는 종료 4.9초 전 결승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해결사 면모도 선보였다. 뉴욕은 20득점·8도움·6리바운드·3가로채기를 기록한 린의 활약에 힘입어 100-98로 승리, 5연승을 달렸다.

현재 미국은 ‘린 신드롬’에 흠뻑 젖었다. 린이 합류하며 뉴욕 닉스 경기의 시청률도 평균 30%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열린 미네소타전은 뉴욕의 원정 경기였지만 린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2만232명의 관중이 찾아 2004년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한편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린은 최근까지 화제를 모았던 미국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팀 티보와 비교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팀 동료들의 플레이를 좋게 만든다는 점, 공석에서 하나님에 대한 고마움을 항상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LA중앙일보=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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