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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욕조서 숨진 휘트니 휴스턴, 전 남편 만난 뒤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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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휴스턴이 1992년 영화 ‘보디가드’에서 열창하는 모습. [AP·로이터=연합뉴스]

또 하나의 별이 졌다. 인기가 컸던 만큼 추락도 비극적이었다.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팝의 여제’ 휘트니 휴스턴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49세. 미국 팝음악의 최대 축제인 그래미 시상식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휘트니 휴스턴과 전 남편 바비 브라운의 2002년도 모습. [AP·로이터=연합뉴스]

 CNN방송·AP통신 등 외신은 이날 휘트니 휴스턴이 11일 오후 3시 55분(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베버리 힐튼 호텔 4층에 있는 자신의 방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도착한 응급의료진은 휴스턴에게 심폐소생술을 30분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정확한 사망시각과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휴스턴은 11일 밤 이 호텔에서 열릴 그래미상 전야제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현지 연예매체에 따르면 현장에서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방 안에 조제받은 약 병들이 있었던 걸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약기운에 취해 욕조에서 익사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휴스턴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음악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마이클 잭슨(2009), 에이미 와인하우스(2011) 등에 이어 또 한 명의 스타를 잃은 데 대한 탄식이 잇따랐다. 휴스턴은 지난해부터 약물 및 알콜중독 치료를 받고,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재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던 와중이었 다.

 휴스턴은 20세기 대중스타의 영광과 몰락을 웅변으로 보여주었다. 휴스턴은 63년 미국 뉴저지에서 가스펠 가수 씨씨 휴스턴의 딸로 태어났다. 코러스로 활동하던 중 음반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눈에 띄어 가수로 나섰다. 85년 데뷔와 동시에 스타로 떠올랐다. 첫 앨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에서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을 비롯해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Saving All My Love for You)’ ‘하우 윌 아이 노우(How Will I Know)’ 등 히트곡을 연달아 내놓았다.

 휴스턴은 90년대에 들어 전성기를 누렸다. 92년 영화 ‘보디가드(Body Guard)’의 주연을 맡았다. 인기 여가수와 경호원(캐빈 코스트너)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대성공했고, 수록곡 ‘아일 올웨이즈 러브 유(I’ll always love you)’는 전 세계에서 4천200만 장 넘게 팔리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사랑 받는 영화음악으로 남아있다.

 같은 해 가수 바비 브라운과 결혼도 했다. 하지만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은 휴스턴이 끝없이 추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남편의 잦은 외도와 폭행은 결혼생활 내내 계속됐다. 마약에 찌든 망가진 모습을 대중 앞에 종종 드러냈다. 경찰서와 재활 시설을 수 차례 드나들었다. 결국 2007년 이혼한 휴스턴은 2009년 새 앨범 ‘아이 룩 투 유(I Look to You)’를 발표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컴백 후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한 휴스턴은 “전 남편과 함께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섞어 흡입했다”며 고백하기도 했다.

 휴스턴은 재기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지난해 2월에도 첫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전성기와 대조되는 그의 힘없는 목소리에 대해 실망했다. 최근에는 영화 ‘스파클’에도 출연하고, 제작에 참여하며 끊임없이 나온 마약 중독설과 파산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50년대 할렘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파클’(8월 개봉 예정)에서 휴스턴은 주연배우 조딘 스팍스와 함께 가스펠 클래식곡 ‘아이즈 온 더 스패로우(Eyes on the Sparrow)’를 듀엣으로 불렀다.

  그의 급작스런 사망 소식에 전 세계 팬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던 가장 훌륭한 목소리 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를 추모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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