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애플에서 살길 배워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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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호 21면

내리막길의 일본 소니(SONY). 히라이 가즈오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자문할지 모른다. “내가 소니의 쇠락을 막을 수 있을까.”
소니는 지난 회계연도에 약 29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최근 털어놨다. 4년 연속 큰 폭의 적자다.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소니가 ‘애플 전성 시대’에 왜 이리 헤매는 것일까. 33년 전 워크맨이라는 창조적인 제품을 내놓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소니는 지금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의 ‘i-혁명’을 쫓아가기 바쁘다. 4월 취임하는 가즈오가 전임 하워드 스트링어 CEO의 실패를 만회하고 소니의 영화를 되찾으려면 시장 흐름을 바꿀 만한 혁신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는 스트링어가 하지 못한 세 가지 힘든 일을 해야 한다.

첫째, TV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애플은 TV 산업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아이폰·아이패드 혁명이 애플 TV에 먹혀들면 소니는 경쟁 상대가 될까.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내놓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소니는 아직도 경쟁이 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소니가 TV시장의 패배를 인정하고 시장에서 철수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한때 세상을 놀라게 한 소니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스마트폰 등 휴대 미디어 기기 이후의 새 기술과 디자인에 더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른다.
둘째, 일본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와중에서도 살아날 구멍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는 일본에 유난히 암울한 해였다. 대지진과 쓰나미, 태국 대홍수는 일본 기업을 최악의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수출이 직격탄을 받고, 정치권의 무기력은 경제를 악화시켰다. 내수도 더 줄어들 전망이다. 답은 해외시장이다.

가장 잘나가는 일본 업체는 자동차·TV·로봇이 아니라 유니클로다. 중국에서 저가로 생산한 의류를 바탕으로 세계 패스트패션을 선도한다. 일본의 저성장과 인구감소가 지속될 것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일찌감치 해외로 뛰쳐나가 성공했다. 소니는 좀 더 공격적이 돼야 한다. 어떻게 하면 부품을 더 효율적으로 조립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신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셋째, 소니의 아이디어와 창조성을 되찾아야 한다. 낡고 오랜 패러다임들을 바꿔야 한다. 소니를 세계 최고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열정과 원동력을 되살려야 한다. 변화를 꺼리는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소니는 재능과 혁신의 DNA를 지녔다. 가즈오가 할 일은 그 DNA를 제대로 된 곳에 놓고 잘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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