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식당 보고 호텔 잡는 중국 관광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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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임대희
경북대 아시아연구소장

지난 설 연휴기간에 5만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보다 인원수에서 53%, 매출액에선 170%나 증가했다. 관광한국을 위해 좋은 일이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 점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해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일본을 찾는 사람보다 10만 명 정도 많았는데 지난달 설 연휴 기간에는 역전돼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많아졌다. 일 정부는 2016년까지 중국인 관광객을 6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비자발급을 간소화하고 공항에 중국어 전용 서비스 단말기를 설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맞은 미국은 연초에 중국 내 미국 비자발급 기간을 이틀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토로하는 가장 큰 불만이 숙소 문제다. 서비스와 시설 면에서, 또 예약시스템 면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호텔을 숙박보다 함께 식사하는 장소로 활용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 호텔들은 연회시설을 잘 꾸미고 각종 연회를 유치해 매출을 올리는 데 열심이고, 그에 따른 명성을 토대로 숙박객을 유치한다. 반면 한국의 호텔 경영에서 식당은 부차적일 뿐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만족시키려면 식당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높여야만 한다. 한국의 호텔들은 앞으로 중국의 호텔 조직망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까지처럼 여행사에만 의지하게 되면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또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 학생 방문객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실정이다.

임대희 경북대 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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