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 "마쓰자카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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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난적 일본을 꺾고 시드니 올림픽 야구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킬러' 구대성을 앞세운 한국은 27일 시드니 볼파크에서 벌어진 올림픽 야구 3~4위전에서 일본을 3 - 1로 물리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가 '강렬한 불꽃' 이었다면 한국의 구대성은 '흐르는 물' 이었다.

마쓰자카는 시속 1백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앞세워 한국의 타자들을 압박했고, 구대성은 완급을 조절하는 물흐르는 듯한 피칭으로 일본의 강타선을 잠재워 나갔다.

한국은 1회말 이병규.박종호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의 찬스를 잡았으나 이승엽과 김동주가 잇따라 삼진으로 물러난 뒤 후속타 불발로 득점 기회를 놓쳤다.

반격에 나선 일본도 2회초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구대성은 스즈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까지 팽팽한 0의 행진이 계속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쓰자카의 불꽃은 점차 열기를 잃어갔다.

반면 한국은 전날 미국과 자정을 넘기기까지 혈전을 펼쳐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반드시 이기겠다는 집중력을 살려나갔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가 기운 것은 8회말. 한국은 박진만의 내야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튼 뒤 상대실책과 도루를 묶어 2사 2, 3루의 황금 찬스를 잡았다.

마쓰자카의 불꽃을 잠재운 것은 3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던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풀카운트에서 가운데 약간 높은 공을 놓치지 않고 힘차게 방망이를 돌려 천금같은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이어 김동주가 의기소침한 마쓰자카를 우전 적시타로 두들겨 고개를 숙이고 사그라들던 불꽃을 꺼버렸다.

일본은 9회초 마쓰나카의 2루타와 다나카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으나 '흐르는 물' 의 기세는 멈출줄 몰랐다.

구대성은 삼진 11개를 뽑아내며 5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둬 '일본 킬러' 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98년 아시안게임 이후 일본과의 경기에서 4연승을 거뒀고 양팀간 성적에서도 9승 6패로 우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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