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cm까지 자라는 거미 만나고 … 60~70년대 달동네 구경도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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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나름 독특한 개성을 갖춘 수도권의 이색 박물관 세 곳을 찾았다. 대개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지만 주필거미박물관은 연중 무휴다. 나원정 기자

#별난물건박물관 소리·빛·움직임·과학·생활 등 다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있다.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앙증맞은’ 규모지만 외양부터 용도까지 특이한 물건을 하나하나 체험하다 보면 두세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혼자 자기 귓속을 들여다보며 귀를 팔 수 있는 ‘귀 내시경’이나 태양열로 냄비를 달구는 ‘태양열 오븐’은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레 심어 준다. 캔 음료를 모자에 매달아 놓고 고무 빨대로 빨아먹을 수 있는 ‘음료 모자’나 앞면에 새겨진 입에 동전을 넣으면 우물우물 받아 먹는 저금통, 계란을 깨어 넣으면 흰자만 콧물처럼 흘러나오는 사람 얼굴 모양 ‘흰자 분리기’ 등 웃음과 감탄을 자아내는 아이디어 용품들이 다양하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닫지만 한 시간 전(오후 5시)까지 입장해야 한다. 요금은 1인당 9000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1059. 1544-9986. www.funmuseum.com

#주필거미박물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맞닿은 두물머리 인근의 운길산 골짜기에 있다. 이름은 설립자인 ‘국내 거미박사 1호’ 김주필 동국대 교수에게서 따왔다.

주필거미박물관의 칠리안 로즈헤어.

 실내로 들어서면 전 세계에서 채집한 5000여 종의 거미가 전시돼 있다. 바퀴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농발거미, 거미줄을 못 만드는 장님거미 등 한국거미와 독성이 가장 강하다는 검은과부거미 등의 표본을 구경하고 나면 살아 있는 거미(타란툴라)를 만날 차례다. 열대지방에 사는 타란툴라는 성체가 최대 30㎝까지 자랄 만큼 몸집이 크다. 대부분 15년 이상 장수한다. 타란툴라 중에서도 성질이 온순한 칠리안 로즈헤어 종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직접 만져 볼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식목원 포함 입장료 대인 6000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528. 031-576-7908. www.거미.kr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은 제법 숨이 찬다. 오밀조밀한 주택가를 지나 언덕배기를 올라야 둥근 달이 박힌 박물관 건물이 나타난다. 1998년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 일대는 ‘수도국산달동네’라고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 수도국(水道局)이 있던 산이라고 해서 ‘수도국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이곳은 한때 3000여 가구가 살았던 달동네였다. 철거가 되면서 달동네의 일부는 2005년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잰걸음으로 15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한 규모지만 철거 당시의 폐자재로 허름한 살림집과 연탄가게·이발소·공동수도·변소까지 재현했다. 주민이 기증한 주민등록증이며 교복·이불 같은 세간도 그대로 옮겨 왔다. 아파트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과 함께 60~70년대 달동네의 생활상을 둘러보는 경험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 어른 500원. 인천시 동구 송현동 163. 032-770-6131. www.icdonggu.go.kr/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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