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부동산 처분에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기업과 은행.공공기관들이 부동산 처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가 급등과 주가 폭락으로 경기 불안감이 커지자 자금확보를 위해 부동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것. 여기에 정부가 공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 부동산 매각을 촉구하고 있어 사업용 매물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등이 보유한 대형 부동산의 처분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감정원 부동산유통센터 등에는 이달 들어 평소보다 30% 가량 많은 부동산 처분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이미 매각을 의뢰한 기업들은 금액을 크게 낮춰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팔아 달라고 맡긴 물건 중에는 사옥.공장 등 업무용으로 사용 중인 것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부동산을 팔고 세를 얻어 계속 사용하는 리스 백(lease back:임대 조건부 매각)방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유통센터의 박재열 실장은 "기업들이 회사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부동산까지 내놓고 있다" 고 전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대형 부동산의 매각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일단 처분한 뒤 임대로 전환하는 것으로, 자금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금융권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은행은 담보채권으로 잡아놓은 2천억원어치와 자체 부동산 등 총 3천5백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조흥.평화.대구은행 등도 법원 경매로 부동산을 처분하던 관행을 바꿔 채무자와 협의해 일반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채권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의 유휴 부동산 일제 매각방침에 따라 공기업들도 보유 부동산을 많이 내놓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서울 중구 쌍림동 동대문운동장 옆의 지상7층짜리 업무빌딩(대지 3백89평.건평 1천4백93평)을 수의계약으로 분양한다.

감정가는 60억원. 강남구 테헤란로의 지상11층(감정가 2백12억원)빌딩도 내놓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서울 노원구 물류센터를 비롯해 서울 천호동과 경기도 의정부시의 직판장 등 6백억원어치의 부동산 처분을 추진 중이다.

농협도 축협과의 통합으로 필요가 없어진 유휴 부동산을 팔려고 내놓았으며 한전산업개발 등도 부동산 매각에 발벗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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