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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입춘대길(立春大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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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났다. 이제 봄의 계절이다. 입춘은 양력 2월4일 전후로 봄의 시작일 뿐 아니라 한 해의 시작으로 옛날에는 입춘을 설날로 부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옛 풍습을 지키는 점술가며 성명철학가들 사이에는 입춘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는다. 설날이 지나도 나이를 먹지 않고 입춘이 되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49년 중국정부가 신정을 위엔단(元旦) 구정을 춘졔(春節)로 지정한 것도 옛날에는 입춘이 설날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국(戰國)시대에 정착되었다는 절기(solar system)는 태양력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태음력 12달을 보완하였다고 한다. 입춘은 24절기중 가장 먼저 찾아오며 한해의 시작인 정월절(正月節)이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입춘이 되면 그 해의 평안과 번영을 빌기위해 “입춘대길”이라는 춘련(春聯)을 집 안팎에 내거는 풍습이 있다.

1860년대 영국 리버풀에 본사를 둔 스와이어 상사( John Swire and Sons Ltd.)의 스와이어(J. S. Swire) 사장은 중국사업에 관심을 두고 상하이에 진출하였다. 그는 시간이 나면 양즈강의 뱃길을 이용 중국의 시골여행을 좋아했다. 스와이어 사장은 새해가 되면 시골의 집집마다 걸려 있는 “입춘대길”이라는 세로로 쓰여진 글귀를 눈여겨 보았다.

중국정부는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스와이어 사장에게 중국어 상호등록을 요구하였다. 스와이어 사장은 중국어를 몰랐지만 평소 시골여행에서 많이 보았던 “대길(大吉)”이란 글귀가 마음에 들어 “대길(大吉)”이란 글자를 세로로 그려 넣어 제출하였다.

그런데 중국의 관리의 눈에는 스와이어 사장이 제출한 상호가 “대길(大吉)”로 보이지 않고 “太古”로 보였다. 세로로 쓸 경우 길(吉)의 획수의 일부가 이탈하여 위쪽의 대(大)에 붙어 태고(太古)로 바뀐 것이다. 그 후 스와이어 상사의 중국사업은 날로 번창하여 실수로 등록된 " 태고太古(Taikoo)"라는 상호가 홍콩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홍콩의 유명한 각설탕 “태고설탕”, 홍콩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태고성” 그리고 홍콩에서 가장 큰 호텔-쇼핑중심의 “태고광장”등과 함께 “캐세이퍼시픽 항공(國泰航空)”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는 太古集團(스와이어 그룹)이 그것이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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