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 러시아-헝가리, 수구 악연

중앙일보

입력

거칠기로 악명 높은 수구에서 46년전 멜베른올림픽의 악몽이 재연될 것인가.

여자선수들의 경기에서조차 심한 몸싸움으로 수영복이 찢어져 '스트립쇼'를 방불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수구는 앙숙 러시아와 헝가리와의 8강전 격돌이 예상되면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와 헝가리의 악연은 유혈 난투극이 벌어졌던 56년 멜버른올림픽 결승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 소련의 헝가리 침공으로 격앙됐던 양국의 선수와 관중은 경기를 통제불능 상태로 몰고 갔다.

경기에서만이라도 이겨 소련에 복수를 해야 한다고 다짐한 헝가리 선수들은 총력을 기울인 끝에 4-0으로 소련을 격파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흥분한 소련 주장 발렌틴 프로코포프는 헝가리의 에르빈 자도르에게 폭행을 가했고 자도르는 오른쪽 눈부위를 13바늘이나 꿰매는 상처를 입고 경기장을 나와야 했다.

덩달아 헝가리 관중도 야유와 함께 오물 등을 경기장에 던졌고 급기야 경찰까지 투입돼 러시아 선수들은 호위를 받으며 경기장을 나아야 했다.

당시 20세였던 자도르는 "우리가 러시아선수들을 놀리며 자극시켰다. 그것이 통제불능 상태까지 갈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올림픽에서 정치와 민족주의를 무시할 수 없지만 이날의 경기는 정도를 넘긴 `물속의 혈투'로 기억되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