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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보행시지압버튼’이 뭔 말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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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걸어갈 때 발을 지압해 주는 단추일까. 아니면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심심하니 눌러서 손을 지압하라는 단추일까. ‘보행시지압버튼’(사진)이란 표지를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지압(指壓)’은 손끝으로 누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지압술·지압요법 등처럼 치료 목적으로 신체 일부분을 눌러 자극할 때 주로 쓰인다. ‘보행시지압버튼’도 이런 의미로 연결시키기 십상이다.

 그러나 ‘보행시지압버튼’은 이런 뜻과는 거리가 멀다. 단추(버튼)를 누르고 조금 기다리면 건널목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게 하는 장치다. 여기에서 ‘지압’은 물건(단추)을 누른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지압’이 이런 용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나 어렵게 다가온다. 특히 한자어에 약한 어린이들은 이 문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보행시지압버튼’은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 편리한 장치다. 기다리는 지루함 때문에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뜻을 몰라 사용하지 못한다면 있으나 마나다.

 문구를 짧게 만들려다 보니 ‘지압’이 쓰였는지 모르겠다. 긴 것이 문제라면 그냥 ‘건널목 단추’나 ‘신호변경 단추’라고 표기해도 된다. ‘건널 때 누르는 단추’라고 하면 훨씬 알기 쉽다. 좀 더 친근하게 하려면 ‘건널 때 눌러 주세요’ ‘누르면 파란불이 들어옵니다’ 등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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