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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봉주, 승부 이정표 다시 세운다

중앙일보

입력

"생각보다 경사가 급하지 않은 코스였습니다."

발바닥이 부르트는 바람에 34위에 그친 오미자(30.익산시청)는 경기 후 이봉주(삼성전자)를 지도하고 있는 오인환 코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드니 마라톤 코스는 '지옥의 코스' 는 아니었다. 여자 마라톤에서 1~3위를 차지한 선수들이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할 정도였다.

지난 23일 마라톤 코스를 둘러본 황영조 KBS해설위원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몬주익 언덕과 같은 급격한 오르막이 없고 완만한 경사가 많아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다" 고 말했다.

황은 "난이도가 높은 코스였다면 다카하시 나오코가 5㎞ 구간별 페이스를 마지막까지 16분대로 유지할 수 없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봉주.백승도(한전).정남균(한체대) 등 남자 선수들의 메달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대표팀은 후반 엄청난 체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고 그동안 지구력 강화 훈련을 중점 실시해왔고 승부처도 37㎞ 지점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표고차가 80m에 이르는데다 크고 작은 언덕이 27개나 산재해 있어 초반부터 무리한 레이스를 펼치다가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다카하시가 초반 18㎞ 지점부터 치고 나가며 레이스를 주도해 33㎞ 지점에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것처럼 남자 경기도 레이스 초반 스피드 싸움이 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코치는 "당초 2시간12분대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스가 생각보다 험난하지 않아 2시간10분대에서 금메달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며 "초반 레이스를 주도할 선수를 골라야 하며 갖가지 변수를 고려해 작전을 새로 짜고 있다" 고 말했다.

오코치는 그러나 이봉주가 다카하시처럼 적극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것은 선수층이 두터운 남자 경기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 레이스 후반까지 선두 그룹에 끼어 달리다 막판 승부를 거는 레이스 운영 전략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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