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적자금인가] 下. 국민부담 얼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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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을 40조원 더 조성하면 국민들의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공적자금은 아직 실현된 비용(realized cost)이 아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후 주판알을 퉁겨 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손실규모에 관심이 큰 것은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최대한 회수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채찍질인 셈이다.

◇ 공적자금 64조원 중 25조원 회수=8월 말 현재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자산을 인수하는데 쓴 공적자금은 총 20조5천억원. 이중 인수한 부실자산을 국내외에 팔아 회수한 돈이 17조9천억원이다. 팔아치운 부실자산을 매입한 가격이 15조9천억원이니 1조9천억원을 남긴 셈이다.

예금보험공사는 5개 퇴출은행의 예금대지급 등에 11조원을 투입한 것을 포함, 모두 43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이중 회수된 것은 7조5천억원에 그치고 있다. 주로 파산한 금융기관이 갖고 있던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다른 채권자와 나눠갖거나 소송 등을 통해 부실책임이 있는 주주와 임원의 재산을 회수한 것들이다.

이렇게 해서 회수한 돈은 총 25조3천억원으로 이중 18조6천억원은 추가 구조조정 자금으로 이미 들어가 있고, 나머지 6조7천억원은 자산관리공사(6조3천억원)와 예금보험공사(4천억원)가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다.

◇ 회수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자산관리공사가 금융기관에서 인수한 부실자산은 회수가능성이 크다. 부실채권을 살 때 헐값(시가)에 샀기 때문에 나중에 잘만 팔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투입한 자금은 얘기가 좀 다르다. 예금보험공사는 주로 퇴출금융기관의 증자에 참여하거나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데 돈을 많이 썼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퇴출 금융기관에의 증자 참여나 예금대지급 규모는 25조원이며, 이중 상당부분은 떼인다고 봐야 한다" 고 말했다.

다음은 27조원에 달하는 공공자금이다. 공공자금은 은행 출자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정부가 보유한 주식을 해당 금융기관에 현물로 주고 대신 그 금융기관의 주식을 받거나 후순위채를 인수했다.

따라서 출자한 은행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 투입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회수할 수도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 잠재적인 국민 부담은=2000년 8월 말 현재 국민이 부담한 금액은 정부가 재정융자특별회계를 통해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에 정부보증 채권의 이자를 갚으라고 무이자로 빌려준 8조5천억원이 전부다. 이것도 무이자로 빌려준 것이기 때문에 실제 국민부담액은 8조5천억원의 이자비용 만큼이다.

하지만 이는 채권을 발행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자금여력이 충분히 있어 정부가 빌려준 원금(채권 이자분)을 제대로 갚을 때만 해당되는 계산이다.

재경부조차 채권 이자비용의 상당액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2006년까지 기존 공적자금 64조원의 채권 이자총액은 혈세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금액만 해도 28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새로 조성되는 공적자금 40조원에 해당하는 채권이자분도 마찬가지다. 아직 새로 조성하는 채권의 만기구조 등이 결정되지 않아 이자계산을 하기 어렵지만 15조~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채권이자분 1조5천억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증자나 부실자산 및 부실채권 매입분 중 제대로 회수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면 국민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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