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 일본에 값진 승리

중앙일보

입력

한국이 숙적 일본을 격파했다. 끝없이 계속되는 긴장감과 흐름의 반전. 팽팽한 명승부의 최종 승자는 한국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값진 승리였다.

일본이 자랑하는 마쓰자카를 1회에 두들기며 4득점한 것이 경기 내내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선두 이병규가 높은 체인지업을 받아치며 마쓰자카를 흔들었고 4번 김동주가 153킬로의 빠른 직구에 거푸 헛스윙을 한 이후 한가운데 정면승부에서 우중간 2타점 2루타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이승엽이 초구를 풀스윙으로 끌어당겨 2점포를 날리며 경기를 쉽게 끌고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선발 정민태가 안쪽 낮은 직구를 초구에 던진다는 패턴을 읽은 일본의 데이터야구에 당하고 말았다. 오케하라의 초구 홈런과 이즈카의 초구 2루타로 2실점한 건 생각해볼 대목이다.

1회 1사에 등장한 구대성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4회부터 7회까지 선두타자에 안타를 허용했지만 낮은 공을 효과적으로 던지며 선발 아닌 선발투수의 몫을 다했다. 다만 5-3으로 앞선 7회 선두 헤이마에게 볼카운트 2-0에서 성급한 승부를 한 것이 아쉬웠다.

마쓰자카는 과연 괴물투수였다. 9이닝 동안 161개의 공을 던지며 한국타선을 상대했다. 투구수가 1백개를 넘어간 7회부터 구위가 떨어졌지만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인 임창용과 진필중은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믿음을 주지 못했다. 정대현과 박석진 구대성처럼 속도는 2-3킬로 떨어지더라도 코너를 찌르는 자기공으로 승부를 걸어야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할 것이다.

9회초 1사2-3루에서 이병규의 내야땅볼 때 홈으로 파고든 홍성흔에 대한 주심(미국의 로드리게스)의 아웃판정은 명백한 오심이었다. 하지만 선수단이 동요하지 않았고 9회말 2사2루에서 3번 다구치의 안타 때 우익수 이병규가 대주자 아카오시를 홈에서 잡은 것이 흐름의 반전이었다.

한국은 오늘 정민태 구대성 박재홍 등 주력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며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더했지만, 일본을 이겼다는 자신감과 함께 큰 짐을 덜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