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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한화 주식, 거래정지 없이 오늘 정상매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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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재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기자실에서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긴급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화는 이번 결정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특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한화 주식은 매매거래 정지 없이 6일부터 계속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5일 낮 12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가 낸 경영 투명성 개선방안이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앞서 3일 오후 7시쯤 “6일부터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한화가 이날 장 마감 후 ‘횡령·배임 혐의 발생’을 공시한 데 따른 조치였다. <중앙일보>2월 4일자 1면>

 과거 횡령·배임 혐의를 받았던 상장기업의 경우 이 같은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매매거래 정지 후 통상 3주(21일)가 걸렸다. 하지만 한화에 대한 결정은 41시간 만에 끝났다. 그것도 거래소가 이례적으로 영업일도 아닌 주말에 속전속결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화는 단 하루도 거래정지를 당하지 않게 됐다. 상장폐지 심사 대상까지 올랐다가 주식이 거래정지되지 않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심판(거래소) 스스로 결정(6일부터 매매 정지하겠다는 공시)을 번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조재두 상무는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한화의 ‘늑장 공시’는 거래정지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검찰로부터 횡령·배임에 관해 공소장을 받으면 곧바로 공시하게 돼 있다. 또 지난해 4월 이후엔 횡령·배임액수가 자기자본의 2.5%(대기업집단)를 넘으면 곧바로 매매정지에 들어가도록 상장 규정이 강화됐다. 한화는 지난해 2월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공소장을 받은 즉시 공시하거나, 최소한 상장 규정이 강화된 지난해 4월 공시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공소장을 받은 지 1년 가까이 공시를 안 하다가 지난주 금요일 장 마감 후에 공시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매매 중단 위기를 절묘하게 피해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거래소가 규정에 근거해 내린 매매정지 공시를 이틀 만에 철회한 건 ‘봐주기’일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시장원칙이 무너지면 시장 무질서라는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성공회대 경제학과 유철규 교수도 “불과 이틀 만에 경영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은 근거가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에서는 ‘대기업 봐주기’라기보다 “거래소가 지레 겁을 먹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거래소 입장에서는 규정이나 형평성보다는 증시에 끼치는 파급효과를 가장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주주가 4만 명이 넘고 시총 규모(약 2조8000여억원)가 크다 보니 지수 산정이나 펀드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번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한화가 지난해 2월 공시했다면 당시는 상장 규정 강화 전이라 매매정지 없이 그냥 망신 한번 당하고 주가가 조금 출렁이는 선에서 넘어갔을 사안”이라며 “‘꼼수’를 부리다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소 역시 “혼선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2월 한화의 배임 관련 보도가 나왔을 때 한화에 조회공시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기업과 액수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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