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지역구 후보 170명 ‘깃발’ … 공천 신청 몰리는 민주당 새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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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합진보당이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지도부와 당원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선 승리 전진대회’를 가졌다.

 민주노동당 시절 국민의례를 생략했던 것과는 달리 국민의례와 민중의례를 동시에 진행하며 치러진 대회에서 유시민 공동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 대신 당색(黨色)인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그러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좌절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19대 총선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가로막힌 이 꿈을 실현할 역사적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도 “야권연대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새누리당과 1대 1 구도를 형성하겠다”며 “30석 이상의 안정적인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대표의 말대로 야권연대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통합진보당은 이날까지 170여 곳에 지역구 후보를 확정했다. 이번 주 초까지 180여 곳의 총선 출마자 명단을 정해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대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에 정당 지지율을 광역별로 비교해 공천비율을 나누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유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기로 한 것도 당 지지율을 상승시키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해석된다. 유 대표는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례대표 12번에 배치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당에) 냈다”며 “비례대표 12번 당선은 (총선에서) 20% 정당 득표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80여 곳에 후보를 정한 진보당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시선이 곱지 않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당이 그 많은 지역구 후보자를 낸 건 그만큼 우리에게서 많은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뜻”이라며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통합당도 지역마다 공천신청자가 넘치는 상황이라 통합진보당의 요구 수준(30석 이상)에 맞추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현재 진보당의 간판인사인 이정희(서울 관악을)·심상정(고양 덕양갑) 대표와 노회찬(서울 노원병)·천호선(서울 은평을) 대변인 지역구 등이 양보 지역으로 거론되나 이들 지역마저 이미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이 적지 않아 쉽사리 ‘양보’란 말을 꺼낼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통합진보당의 기대를 맞추지 못할 경우 ‘여야 1대 1 구도 형성’이라는 기본적인 전략틀이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민주통합당의 고민이 있다.

 일단 민주통합당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 진보당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계속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가장 최근 정례조사(1월 30일)에서 민주통합당은 37.1%로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통합진보당은 4.0%로 나타났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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