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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생수' 물의 소중함 일깨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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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 오현아 기자

수풀가 따라 시커먼 거품 일으키는 썩은 물, 떼죽음 당해 하천가에 둥둥 떠있는 물고기, 그 속에 머리 파묻고 죽어 있는 새, 그리고 그 물을 상수원 삼아 마시는 우리. 일상 생활에서 물의 소중함을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물의 오염 정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사단법인 섬진강권 물연구소 이사 양동식 님이 펴낸〈고뎐 속의 물 이야기〉(태광미디어)는 〈동의보감〉등 고전에 나온 물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물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정화수, 국화수, 벽해수 등 물을 33종으로 나누어 정리한〈동의보감〉수부(水部)를 번역, 편집한 책이다. 동의보감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어 고풍스런 맛도 느낄 수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의 목적을 "선인들이 남긴 고전을 통하여 물에 대한 물질관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인식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언젠가 인류도 물 때문에 멸망할 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정화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가장 좋은 정기가 수면에 맺혀 있어서 몸을 보양하거나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또 피부미용과 눈병에도 좋다고 하니 새벽녘 정화수를 기를 우물물이 사라진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화수는 도연명도 장수를 기원하며 마실 정도로 노화 방지에 특효인 물이다. 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국화 향기가 진동했다는 촉나라 장수원의 주민들이 그 물을 마시고 모두 200~300살까지 살았다고 하니 그 효과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바닷물 벽해수는 독성이 조금 있지만 바닷물을 끓여서 목욕하면 가려움증이나 옴이 가신다. 만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한 번 정도 시도해볼 만하다. 또 묵은 쳇증으로 헛배가 부르면 바닷물을 한 홉쯤 마시고 구토를 하거나 설사를 시키면 낫는다고 한다.

지은이는 '서른 세 가지의 물 이야기'를 마치면서 현대 과학의 맹점을 지적한다. 현대 과학이 물을 수소와 산소의 화합물로 규정하면서 물의 신화적 요소, 물에 대한 친근감마저 말살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질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에 대해 애정을 느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을 의약품으로 분류해 천일생수(天一生水)로 극진히 여긴 선인들의 가르침이 새삼 다가오는 때이다. 우리에게 생명을 준 물이 거꾸로 생존을 위협하는, 핵보다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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