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고유가 미리미리 대비해 느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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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국제 원유가격의 고공행진에 당황하는 것과 달리 외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보이고 있다.

상당수 외국 회사들은 글로벌 본사나 지사 차원에서 유가 급등을 예견해 일찌감치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계열의 굴착기 메이커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 4월 전사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 방안을 실행 중이다. 볼보는 주.야간으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점검하는 '에너지 불침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에너지 사용.관리 실명제▶에너지의 날(매월 셋째주 금요일)도입 등을 통해 임직원에게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월별 에너지 사용량을 달러화가 아닌 원화 단위로 기록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미국계 반도체 메이커인 페어차일드 역시 올 상반기 경기도 부천 공장에 에너지 절감 태스크포스를 구성, 전 임직원이 알아야 할 에너지 절감 매뉴얼을 만들고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독일계 종합화학업체인 한국 바스프는 유가가 급등하기 전인 올 초 납품 원료의 장기계약 비중을 8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국내외 정유사와 1~3년의 장기계약을 했다.

바스프 관계자는 "국내 동종 업체들이 대부분 연초 저유가를 낙관하고 장기계약을 하지 않아 고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장기계약의 경우 연초보다 다소 비싸지만 최근 유가보다는 훨씬 싸게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어 제품원가 절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스프는 화학회사지만 본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원유와 가스를 개발하는 등 에너지 확보에 적극적인데다 글로벌 차원의 원자재 조달망을 구축해 놓아 큰 어려움이 없다" 고 덧붙였다.

한국바스프는 본사에서 직접 기술진이 나와 에너지 절감 공정을 구축했으며, 국내 업체의 연구.기술(R&D) 비중(전체 매출의 1~2%)의 두배 이상인 5% 이상을 꾸준히 투입해 저에너지 생산체제를 구축해왔다.

이밖에 한국 IBM도 올 초부터 본사로부터 수시로 에너지 절약 방침을 전달받아 에너지 절약 체제를 가동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IBM은 이미 1967.71.74년 세차례에 걸쳐 '천연자원의 절약' 이라는 회사방침을 명문화할 정도로 꾸준히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실천해왔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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