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남미 에어컨 시장 공략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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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강성희(57·사진) 오텍캐리어 회장은 지난 1년간 월급을 받지 않았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나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2010년 말 미국 캐리어로부터 한국 법인의 지분 80.1%를 사들이며 오텍캐리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당시 회사는 4년 연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었다.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임원들의 월급을 10% 삭감하고 전사적인 원가 절감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다음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일 만난 강 회장은 “달라져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직원들이 모두 공감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캐리어 인수를 우려하는 시선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구급차 같은 특수목적차량을 생산하는 오텍은 2010년 600억원가량 매출을 올린 데 반해 캐리어에어컨의 매출은 24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이 인수를 결심한 건 ‘브랜드 파워’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들고 나가도 잘 먹히지 않았다”며 “캐리어라는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를 활용해 그룹 전체 수출 사업을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텍그룹은 해외 마케팅 부문을 그룹에 두고 오텍·오텍캐리어·캐리어냉장 등 전 계열사의 해외업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재 확보’였다. 강 회장은 “지난해 실업계 고교생 10명을 뽑아 입사 특혜에 장학금까지 줬는데 7개월 만에 절반이 대학 가겠다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캐리어’라는 브랜드를 확보, 중소기업으로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 인재를 끌어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날 강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신제품 에어컨 ‘클라윈드’를 선보였다. 동급 에어컨과 비교했을 때 소비전력을 최대 81% 줄인 초절전 제품이다. 비슷한 성능의 경쟁사 제품에 비해 20%가량 저렴하다. 싸고 전기료 덜 드는 제품을 찾는 실용파 고객을 타깃으로 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3년 내 판매 제품의 절반을 수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자동차를 타기 시작하면 금세 에어컨에 눈을 뜬다”며 “자동차가 엄청난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중동과 남미·아프리카가 중요한 에어컨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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