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절전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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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극심한 전력난으로 정전 또는 제한송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첨단업체들이 전력 부족으로 컴퓨터 서버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비상 절전대책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사무실의 전등까지 꺼 직원들이 암흑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캘리포니아의 전기배분 시스템을 관할하고 있는 독립시스템운영사(ISO)는 전력 예비량이 5%대로 떨어짐에 따라 18일 오후 일부 상업용 시설을 대상으로 전력공급을 제한하는 `2단계 전력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때문에 컴퓨터 제조업체인 휴렛 패커드는 비상발전기를 가동시키는 한편 에어컨 가동을 제한하고 있다. 톰 배링턴 휴렛 패커드 대변인은 15일부터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회사 건물에서 가능한 한 모든 시설물의 전원 스위치를 내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비영리기구 `실리콘밸리 제조업그룹''의 환경사업책임자 저스틴 브래들리는 "일부 대형 하이테크 업체의 경우 수 메가와트(㎿)씩 전력공급이 축소돼 컴퓨터 가동에 필요한 것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전원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을 우려해 구체적인 업체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대규모 하이테크 업체 가운데 하나인 인터넷 소프트웨어 생산업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도 회사 최고경영진들이 현재 절전대책을 협의중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이 밝혔다. 캘리포니아에서 100개 이상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이 업체는 전등의 절반과 모든 컴퓨터 모니터의 전원을 끌 방침이다.

다른 하이테크 기업들도 회사 입구를 장식하는 대형 연못에 공급되는 전원을 차단하는 등 절전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달 무더위로 인한 에어컨 사용 급증 등에 따라 사상 최초로 `3단계 전력 비상사태''가 발동되기 직전까지 갔으며 현재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ISO는 `3단계 비상사태''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실리콘 밸리의 첨단기업들의 컴퓨터 시스템 냉각장치는 ISO가 관할하는 전력망에 과부하를 주고 있어 이같은 전력부족 사태에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휴렛 패커드의 전직 에너지 책임자 밥 래닝은 정전으로 시설 가동이 중단될 경우 손실 규모가 하루 7천5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ISO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전력수요는 해마다 5%, 약 300㎿씩 증가해왔으며 이같은 증가율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가장 높다. ISO는 이같은 전력난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길은 캘파인사가 새너제이시(市)에 제안한대로 600㎿ 규모의 발전소를 건립하는 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발전소의 건립은 현재 시스코시스템스와 새너제이시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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