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 "전파월경 속타네"

중앙일보

입력

"전파 차단벽이라도 설치해야 하나…. "

시드니 올림픽 주방송사인 미국 NBC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 7억5백만달러(약 8천억원)를 들여 따낸 올림픽 중계 시청률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 방송사 CBC 때문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NBC는 광고료가 비싼 프라임 타임에 올림픽 경기를 방영하기 위해 모든 방송을 녹화로 진행하기로 편성 전략을 세웠다.

미국 동부와 시드니간의 시차가 15시간이나 되므로 NBC는 실제 경기 시간보다 훨씬 늦게 시청자들에게 경기 장면을 내보낸다.

그러나 중계권료로 2천만달러(약 2백30억원)를 지불한 CBC는 모든 경기를 생방송 중계한다.

국경 없는 전파 덕택에 CBC는 버펄로.시애틀.디트로이트 등 미국 북부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때문에 상당수 시청자들이 NBC를 외면하고 CBC로 채널을 돌릴 전망이다.

특히 개막식을 비롯해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리스 그린과 매리언 존스 등 스타들의 경기는 상당수 시청자를 CBC에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NBC의 우려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벌어진 미국 축구대표팀 첫 예선경기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 시청자 1백만명 이상이 CBC를 통해 생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곤욕은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당시 미국 CBS도 치른 바 있다. 2백30만 미국인이 아이스하키 미국 - 체코 결승전을 CBC를 통해 생중계로 지켜봤다.

NBC는 2002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등 2008년까지 모든 동.하계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따내는데 이미 35억달러(약 4조원)를 지불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전파 월경이 계속돼 시청자가 줄어들면 당연히 광고 수익이 떨어진다. 게다가 현재의 녹화방송 전략을 고집한다면 NBC는 인터넷을 통해 결과가 모두 알려진 경기를 중계방송하는 꼴이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