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그룹 장녀, 자존심 건 LA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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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장녀가 이끄는 한국의 양대 면세점 업체들이 LA국제공항(LAX)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LAX 면세점 사업은 연 매출 1억 달러가 넘는 독점사업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LA지역 한인업주들도 사업권 입찰에 참여했다.

한국 면세점 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오른쪽)이 LA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LA지역 한인 사업자들도 사업권 입찰경쟁에 참여한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과 롯데의 장녀들이 벌이는 대결이 LA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LA 거쳐 글로벌 면세점으로

한국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42) 호텔신라 사장과 롯데 신격호 회장의 큰 딸 신영자(65) 롯데면세점 사장이 LAX 면세점 입찰 사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세계 5대 공항면세점으로 꼽히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맞붙었던 두 회사가 격전지를 LA로 옮겨 2차전을 치르는 셈이다.

신라와 롯데는 LAX 입찰 성공을 바탕 삼아 글로벌 면세점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제너레이션 데이터뱅크`의 2010년 매출액 기준 집계에 따르면 롯데는 2조5000억원(약 23억달러)으로 면세점 업계 세계 6위이고, 호텔신라는 1조5000억원(약 13.6억달러)으로 10위이다. 1위인 DFS는 4조원(약 36.3억달러) 수준이다. 두 업체 모두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세운 이상 거대 시장인 LA를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현재 LAX 이용자 수는 813만명 면세점 매출은 1억1754만달러에 달했다.

호텔신라가 LAX 사업권을 따내면 그 첫 해인 2013년 말에 업계 5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텔신라는 최근 이 사장이 내건 `글로벌 신라` 방침에 따라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최근 `2018년까지 글로벌 톱3`로 세웠던 목표를 `1위`로 올려 잡았다.

◆ 지역 한인 업주도 입찰 참여

한인 기업을 포함한 로컬 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이나 소수계가 운영하는 기업의 입찰에는 가산점을 주는 LA시의 조달 사업 정책도 로컬 기업과의 제휴가 추진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입찰을 위해 반드시 참석해야 했던 지난해 12월1일의 현장 설명회에는 호텔신라만 참가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LA공항 면세점 진출을 위해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면세점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하기로 약정했다”며 “파트너가 누군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설명회 참석 기업들과의 제휴만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LAX 면세점 입찰은

LAX 면세점은 그간 세계 최대 면세점 운영업체인 DFS가 운영했다. 하지만 올 연말로 계약이 종료되며 새 운영자를 위한 공개 입찰이 열린다.
LA공항공사(LAWA) 측에 따르면 입찰은 오는 2월29일 오후 3시 마감이며, 사업자 선정은 6월 말 정도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입찰에는 신라와 롯데 외에도 DFS, 듀프리, 듀티 프리 아메리카, 뉘앙스 그룹, 트래블 리테일 USA 등 유수의 면세점 사업자 8곳이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내년부터 10년간 LAX 면세점을 운영하게 되며, 그 이후 1년씩 최대 3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사업권이 주어지는 공간은 국제선이 취항하는 톰브래들리 공항청사의 면세점 부지 2222 제곱미터를 포함해 총 9개 터미널 371 제곱미터 규모이다. LAWA 측은 이번 입찰을 통해 “고급 면세점 운영 경험과 전문성, 마케팅 능력을 갖춘 업체”를 찾는다고 밝히고 있다. 선정 기준에는 자격 및 경험(15점), 마케팅 및 판매 계획(15점), 재정 능력(10점), 설비 계획(10점), 관리 및 운영 계획(10점), LAWA가 얻게 될 수익(40점) 등이 고려된다. DFS는 지난 해 LA공항에 3526만달러를 지급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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