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의아해 하는 한국 네티즌 행동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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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C&K빌딩 집무실에서 한·일 인터넷 문화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에서 게임 한류(韓流)를 일으킨 주역 중 한 사람인 천양현(46) 코코네 회장이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 도전장을 냈다. 2009년 NHN재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게임업계를 졸업한다”고 한 말을 뒤집은 셈이다.

 천 회장은 온라인게임이 흔치 않던 2000년 NHN과 손잡고 한게임재팬을 설립했다. 8년 만에 직원 800명, 연 매출 100억 엔(1500억원)의 회사로 키워냈다. 2004년엔 네이버재팬까지 흡수·통합해 NHN재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2009년 세운 가입자 2300만 명, 동시 접속자 14만 명 기록은 일본 인터넷 게임업계에서 아직도 ‘전설’로 통한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그도 300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12일 강남구 역삼동 코코네 사무실에서 만난 천 회장은 한·일 인터넷 문화의 차이부터 말했다.

 “일본 네티즌은 ‘이 게시판은 무슨 주제를 다루는 곳’이라는 안내가 있으면 해당 주제를 벗어나는 내용을 거의 올리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받은 게 댓글 문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죠. 한국에서는 어떤 사이트 게시판이든 좌파·우파 운운하는 정치구호와 설전이 난무하더군요.”

 천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일본 인터넷업계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다. 게이오대 유학시절을 포함해 20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그 문화를 철저히 파고들었다. 이런 한·일 네티즌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도 그는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한국 온라인에는 다양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규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그릇된 문화도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일본인들은 인터넷에서 특정 연예인을 이지메하듯 비난하는 한국 네티즌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2년 전 그는 새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 NHN재팬에서 물러났다. 코코네를 설립해 모바일용 어학 애플리케이션(앱) ‘갑자기 말 되는 영어’ ‘갑자기 들리는 영어’를 내놨다. 한국에선 2주 연속, 일본에서는 3주 연속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다시 게임으로 방향을 돌려 모바일게임용 앱 ‘레알 에이전트’를 출시했다. ‘졸업’을 선언했던 게임업계에 다시 발을 들인 이유는 뭘까.

 그는 이를 ‘재입학’이 아닌 모바일에 ‘신규 입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HN재팬 시절 주로 다룬 건 PC게임이었습니다. PC게임은 사용자들이 같은 시간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가상공간에 접속해 벌이는 ‘슈퍼스타K’ 방식이죠. 반면에 모바일 게임은 절에 돌탑을 쌓는 것처럼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시간에 같은 공간으로 들어가 돌을 쌓는 식입니다.”

 그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필요해 나섰다”며 “도전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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