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한국, 헬스케어 투자가 답 … 의료기기·바이오 M&A 주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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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이 강세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해외펀드 가운데 헬스케어 섹터 펀드만이 지난해 플러스 성과(2.3%)를 냈다.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하다.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지난해 20% 수익을 냈다. 코스닥 시장 종목인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초 4만원이던 주가가 10월 24만원을 돌파했다. 고령화 사회로 옮겨가면서 헬스케어 산업이 증시의 중요한 테마가 됐다.

 마이클 그레고리(34·사진) 하이랜드캐피탈 매니저는 헬스케어 투자 전문가다. 그가 운용하는 ‘하이랜드롱숏헬스케어펀드’는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평가에서 별점 다섯 개(만점)를 받았다. 지난해 헤지펀드 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는 그를 ‘라이징 스타’ 펀드매니저로 선정했다. 헬스케어 펀드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방한한 그를 1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헬스케어 산업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약 4조5000억 달러다. 한국 경제(GDP, 1조 달러)보다 4.5배 크다. 미국에서는 GDP의 18%가 헬스케어 산업이다. 한국은 현재 6%다.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화는 한국의 중요한 문제다. 200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30만 명이었다. 2025년에는 98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어떤 분야가 유망할까.

 “의료장비·의료기기 및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삼성·LG·CJ 등 대기업이 신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주도적으로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의 헬스케어 산업 진출이 두드러진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를 선정했다. 의료기기와 관련해 최대 이슈는 인수합병(M&A)이다. 이미 메디슨을 인수했다. 앞으로 추가 인수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삼성 주도하에 의료기기 산업 전체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중소 업체가 혜택을 볼 것이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씨젠·세운메디칼·인피니트·바텍·큐렉소·오스템·바이오스페이스 등 의료기기 업체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전망이 밝다는 얘기냐.

 “특별히 이들 기업이 좋아 예를 든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회사를 골랐을 뿐이다.”

 -헬스케어 펀드를 ‘롱숏 전략(상승 가능성 있는 종목은 사고 하락 가능성 있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헤지펀드 전략)’으로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의 목표는 안정적 수익률과 리스크 최소화다. 롱숏 전략을 잘 쓰려면 특정 산업에서 뭐가 좋고 나쁜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50년 이래 최대의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그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뉠 것이다. 승자를 사고 패자를 공매도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의 ‘하이랜드롱숏헬스케어펀드’는 지난해 1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언제쯤 투자할 수 있을까.

 “현재 감독 당국과 접촉 중이다. 조만간 나올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기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 못하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기술을 이해 못하는 상태에서 개발 초기 단계의 바이오 기업에 투자해선 안 된다. 가장 좋은 투자는 그 분야를 잘 아는 매니저에게 맡기는 것이다.”

◆하이랜드캐피탈=부실채권, 구조화상품 등 대안투자상품에 특화된 운용사. 지난해 11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231억 달러다. 뉴욕·런던·싱가포르에 이어 지난해 9월 서울에 지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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