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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받으면 댄스 세리머니 ‘코트의 최홍만’ … 줄넘기 4단 뛰기도 거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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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호 19면

배구·테니스·배드민턴 같이 네트가 있는 종목은 상대 선수와 신체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몸과 몸이 부대껴 때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농구나 축구선수와 비교하면 배구선수들은 얌전하고 점잖다. 그런 배구 코트에서 화려한 쇼맨십과 세리머니로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 드림식스의 새내기 최홍석(24·사진)이다.

프로배구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최홍석

그는 득점의 짜릿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상대 스파이크를 가로막고는 왼손을 허리에 대고 엉덩이를 돌리는가 하면 공격을 성공시킨 뒤엔 오른팔을 돌리며 코트를 한 바퀴 돈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 코트를 무대 삼아 춤까지 춘다. 화려한 공격과 시원한 블로킹에 웃음을 자아내는 세리머니까지 팬들에게 최홍석은 신선한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그래서 별명도 ‘최홍만’이다.

“제가 쾌활하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경기할 땐 더 시끄러워지죠. 지난해 월드리그 때는 아예 날뛰었어요. 조용한 날은 배구가 안 되는 날이라고 보면 맞을 겁니다.”

최홍석은 올 시즌 프로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경기대 재학 당시 국가대표에 뽑혔고,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드림식스에 지명됐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13일 현재 득점 부문 9위(246득점)에 올라 있다. 득점 7위(252득점) KEPCO 서재덕과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최홍석은 세리머니가 다양하고 색다르다고 하자 “그렇게 해야 합니다”고 대답했다. “전 세리머니를 많이 해야 경기가 잘 풀려요. 컨디션이 좋은 날 세리머니가 자주 나올걸요. 엉덩이 돌리다가 주위에서 ‘제발 그런 건 좀 하지 말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형들이 밀어 줍니다. 신인인데 팀 분위기도 끌어올려야죠.”

드림식스 주장 박상하는 최홍석에 대해 “파이팅이 최고다. 후배인데도 가끔씩 든든하고 힘이 될 때가 있다. 우리 팀 복덩어리”고 말했다.

레프트 공격수인 최홍석은 세리머니를 자주 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1m93㎝로 배구선수로서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서전트 점프가 85㎝로 타점이 높다. 순발력도 뛰어나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다.

최홍석은 “중학교 때부터 줄넘기 2단 뛰기를 매일 1000개씩 하면서 점프력이 점점 좋아졌어요. 1m85㎝였던 중학교 3학년 땐 덩크슛도 했을 정도”라며 “줄넘기 4단 뛰기도 가능합니다”고 자랑했다. 박희상 드림식스 감독이 최홍석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주문은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때리라”는 것이다.

최홍석의 세리머니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여자배구 인삼공사 박삼용 감독의 장녀인 박수진(20)씨다. 최홍석은 “고교 2학년 시절 아시아청소년 대회에 나갔을 때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박삼용 감독님께서 ‘내 딸 한번 만나 보지 않겠느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만나게 됐죠”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딸을 제자에게 소개한 박삼용 감독은 “최홍석의 성실함과 서글서글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최홍석과 박수진씨는 오빠·동생으로 지내다 3년 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대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요즘엔 박수진씨가 지방 경기까지 찾아와 최홍석을 응원한다. 수진씨는 “오빠가 공격하고 환호하는 게 정말 보기 좋다”고 했다.

드림식스 코트는 부진에 빠진 외국인 선수 제이 오웬스가 벤치를 지키면서 최홍석의 놀이터가 됐다. 지난 1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18점을 올리며 후반기를 힘차게 출발한 최홍석은 “앞으로도 코트를 시끌벅적하게 만들 겁니다.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고 신인왕도 받을 겁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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