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2진들 '골 합창'

중앙일보

입력

'공은 둥글다' .

주전들의 올림픽 축구대표 차출로 어렵사리 출전 기회를 얻거나 오랜 부상에서 회복, 그라운드를 밟은 프로축구 '2진' 들이 모처럼 목청을 세웠다.

정규 리그가 팀별로 6, 7게임씩을 남겨둔 채 종반으로 달려가지만 '그들의 리그' 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달 30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그동안 외로이 연습 볼을 차야 했던 2진 선수들의 활약이 특히 눈부셨다.

대표적인 선수는 성남 일화의 김정재(26). '잘 나가는 후배' 김상식과 자리가 겹쳐 한동안 벤치를 지켜야 했던 김정재는 김상식이 올림픽 대표팀에 뽑힌 후 첫 선발 출전한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36분 동점골을 성공시켜 패색이 짙던 팀을 구해냈다. 결과는 성남의 승부차기 5 - 3승.

김으로서는 1997년 프로 데뷔 후 처음 기록한 감격적인 골이었다. 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경기 후 아내와 전화하면서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라며 함께 기뻐했다" 고 말했다.

팀은 졌지만 울산의 김기남(27)도 올 시즌 자신의 첫 골을 조용히 자축했다. 프로 데뷔 5년차인 김의 선수생활은 끈질기게 달라붙는 병마와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프로야구 선수 임수혁을 쓰러뜨린 심장 부정맥은 98년 1차 수술에도 떨어지지 않고 지난해 또 찾아왔고 김은 지난 5월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김은 쓰러지지 않았고 올해 처음 출장한 경기에서 골을 기록했다.

이날 골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 대표로까지 뽑히며 반짝한 후 쪼그라들기만 하는 것 같던 설움을 한번에 씻어줬다.

전남에서는 프로 2년차 김정겸(24)이 프로 데뷔 골을 경기 시작 37초 만에 깜짝 골로 장식했다.

지난해 김도근 등에 치여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던 김은 김정혁이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오자마자 사이드 어태커에서 윙백으로 전진 배치된 첫 경기를 놓치지 않고 골을 성공시켰다.

부천 SK에서는 김기동(28)이 시즌 첫골을 성공시켰고 성남에서는 주택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지난해 프로로 옮긴 '중고 신인' 문삼진(27)이 시즌 첫 도움을 기록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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