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쪽방촌’ 주민 손으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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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전시는 올해 대전역 주변 원동?정동지역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일명 ‘쪽방촌’으로 불리는 이곳 주민들은 집이 낡아 겨울마다 추위에 떨어야 했다.

10일 오전 11시쯤 대전시 동구 정동·원동 대전역 주변 일명 ‘쪽방촌’일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추위를 막기 위해 쪽방 구멍 뚫린 창문을 막은 비닐만 나붓겼다. 미로와 같은 골목길 벽 곳곳엔 어른 주먹이 들어 갈 정도로 금이 가고 낙서 투성이었다.

 대전역 뒤 대로변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자 3.3㎡(1평) 남짓한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쪽방에는 옷가지가 어지럽게 걸려있고 밥상,전기난로 등 허름한 살림살이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했다. 때문에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은 한 평도 안 된다. 난방기구의 전기코드는 낡아 화재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10년간 이 쪽방촌에 살았다는 김모씨(53)는 “매달 30만원 남짓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매일 오르는 식료품비,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며 “연탄을 구입할 돈도 없어 전기 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고 있다”고 푸념했다.

 공사판에서 잡일을 하는 이모(56)씨는 “건설 경기불황이 겹쳐 일거리도 없다”며 “올해 쪽방촌의 겨울은 춥다못해 시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추운 겨울이면 방 안에 놓아둔 물병이 금세 얼어 붙을 정도여서 전기밥통 안의 뜨거운 물을 ‘난로’ 삼아 혹독한 겨울 한파를 이겨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시가 대전역 주변 쪽방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열악한 주거환경 바꾸기에 나섰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달부터 2개월간 동구 정동·원동 대전역 주변 쪽방촌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전면적인 생활실태 조사가 시행된다. 쪽방촌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태 조사는 쪽방의 건물주, 건물구조, 냉난방 시설, 거주민들의 생활실태 등을 파악한다. 조사는 동구청, 쪽방상담소 등과 함께 진행한다.

 실태조사가 끝나면 오는 3월부터는 13억원의 시비를 들여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 사업에는 쪽방촌 거주민들을 중심으로 ‘자활지원사업단’을 만들어 주민들을 직접 참여시킨다. 시는 쪽방촌 거주자 상당수가 건설현장의 일용 근로자 출신임을 감안해 ‘집수리 자활사업단’ 등을 발족한다. 집수리, 도배, 창호교체, 냉난방기 설치 등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또 전문 예술단체와 연계해 주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거나 예술조형물 등을 설치한다. 대전시는 이 모든 것을 오는 10월까지 마무리해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게 돕는다는 계획이다.

 대전시 장시성 복지여성국장은 “쪽방촌에 대한 전수조사는 전국적으로도 처음이어서 국비 지원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쪽방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면서 공동화가 심각한 이 일대의 환경도 변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역 주변에는 현재 3.3㎡ 안팎의 ‘쪽방’ 1490여개(370여개 건물)에서 9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역 쪽방촌 어떻게 바뀌나

1월 실태조사및 완료

2월 주거환경 개선 자활사업단 구성

3월 주거환경 개선사업 착공

10월 주거환경 개선사업 완공(예정)

▶대상 : 대전시 동구 원동·정동 1490여 쪽방

▶공사기간 및 사업비 : 1∼10월, 13억원(시비)

▶개선사업 내용 : 창틀 보수 등 온난방 보완, 화재예방시설 설치, 벽화 등 조형물설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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