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서 10월부터 '논어' 강연하는 김용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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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도올 김용옥(52)씨가 다시 TV강의에 나선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EBS에서 방영된 '노자와 21세기' 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그가 여세를 몰아 이번엔 KBS1에 얼굴을 내민다.

KBS의 주제는 '논어' 다.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도올의 논어이야기' . 김씨는 동양철학의 양대 원류인 공자와 노자를 모두 TV에서 강연하게 됐다.

김씨의 명성에 걸맞게 KBS의 편성전략도 파격적이다. 10월 6일부터 내년 9월 14일까지 50주에 걸쳐 매주 금요일에 두 시간을 배정했다.

9시 뉴스 직후인 밤 10시부터 한 시간, 그리고 11시 뉴스 직후인 밤 11시30분부터 한 시간씩 모두 1백회 강연할 예정이다. 교양 강연 프로에 프라임 타임을 포함해 하루 두 시간을 할당한 것은 일종의 사건이다.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김씨 특유의 입담과 제스처가 브라운관에 재연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엔터테이너 지식인' 의 전형을 보여준 그의 어눌한 듯하면서도 폭포처럼 쏟아지는 언어와 어지간한 코미디언을 뺨치는 경쾌한 몸짓이 되살아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씨의 입장은 명확하다.

"고급 인털렉추얼 쇼(Intellectual Show)로 꾸밀 생각이다. 세계적인 석학을 초대하고, 스타급 연예인도 과감하게 불러 재미있는 토크쇼로 만들 것이다. 그때 그때 사회 전반에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들과 대담도 하게 된다. 또 강연이란 평면적 구성에서 탈피해 중국 고대문명의 현장을 탐방하는 영상자료 등도 삽입할 계획이다. 모노드라마.토크쇼.연예쇼.다큐멘터리 등이 어우러질 것이다."

그는 EBS 강연을 통해 TV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본인도 깜짝 놀랐을 정도의 열렬한 반응에 자극받아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인간의 언어만큼 강력한 이미지가 없다는 신념도 생겼다고 한다.

"지식은 공유할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지식 자체도 엔터테인먼트가 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한국의 대학이 최근 무기력해진 것은 재미있는 교수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얘기일수록 전달방법은 쉬워야 한다. 이런 면에서 내 강의를 '쇼맨십' 이라고 불러도 좋다."

TV를 통해 말하려는 주제도 뚜렷하다. '논어' 를 얘기한다고 해서 일부 유생들이 생각하는 도덕 교과서를 연상하면 오해라고 못을 박는다.

그는 논어의 텍스트를 미주알고주알 따지기보다 '논어' 에서 펼쳐진 공자와 제자들의 인간사를 활력 있게 풀어놓겠다고 강조했다.

"'논어' 는 '성경' 처럼 역동적인 드라마다. 공자와 여러 제자들의 삶을 살려내면 우리 시대에도 얼마든지 통용되는 얘기가 된다.

일반인은 흔히 '논어' 의 활자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자세론 '논어' 를 온전히 해독할 수 없다. '논어' 와 관계된 '시경' '서경' '장자' 등 중국 고전을 방대하게 훑는 한편 예수.부처.소크라테스 등 다른 성인들과 공자를 비교하며 인간사의 구석구석을 보여줄 것이다. 결국 공자도 밥 먹고, 똥 싸고, 울고 웃는 그런 인간이 아니겠는가."

그는 이번 강연을 "국민의 의식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심는 작업" 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사회의 활력을 좀먹는 관습화한 유교의식은 사라져야 한다는 데 물론 공감하지만 일반인들이 깨닫지 못한 공자의 적극적인 측면을 캐내겠다고 역설했다.

"유교 윤리의 좁은 울타리에서 공자를 보면 안된다. 사실 공자는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느냐는 실존적 질문을 끝없이 던진 사람이다. 특히 그는 음악에 능통한 탁월한 아티스트였다.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 공자를 통해 삶의 예술을 배웠으면 한다. 우리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윤리라는 고루한 잣대가 아닌 아름답고 질서 있는 삶이란 폭넓은 시각에서 조명할 생각이다. 이런 작업이 통일시대의 남북한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

두루마기 차림의 복장과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여전하다. " '논어' 를 끝내면 '맹자' 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냐" 고 묻자 "이번 강의에 최선을 다하고 이후에는 조용히 들어가 한의학.철학 공부에 정진하겠다" 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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