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고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효과 높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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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정(가명)씨는 고2였던 2008년 미국 조지아주 노스 귀넷(north gwinnett) 고교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한 달 정도 지냈던 경험도 있던 터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세계를 경험해 보고 돌아오자’는 각오를 갖고 떠났다.

손씨는 한국 고교에는 없는 체험수업을 듣는 재미에 푹 빠졌다. 정규수업으로 요리수업을 선택한 그는 친구들과 미국 가정식을 만들며 우정을 쌓았다. 그는 “다양한 체험수업은 저의 내성적인 성격까지 바꿔 놓았다”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수줍음을 탔지만 이제는 두려움 없이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귀국 후 1년 동안 새터민자립센터에서 영어 통역봉사를 했다. 손씨는 “영어를 많이 배우겠다는 목표보다 문화 체험에 적극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2008년 교환학생으로 갔던 강찬(20·건국대 화학공학과 2)씨는 미국 텍사스주 올니(olney) 고교를 다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영어에 큰 벽을 느꼈다. 별다른 준비 없이 교환학생으로 간 게 화근이었다. 외국 친구들은 강씨의 대답을 기다려 주거나 천천히 말해 주지 않았다. 그는 학교 체육수업을 통해 영어의 장벽을 뛰어넘었다. 농구를 하면서 친구들을 사귀었고, 테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내 지역 대회에서 메달 두 개를 따기도 했다. 교환학생 후 4등급이었던 영어 성적은 1등급으로 올랐다. 그는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한 번 더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다시 가면 공부를 보다 깊게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중·고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미 국무부가 주관하는 공식 프로그램이다. 6개월~1년간 미국에서 교환학생 자격으로 현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미국 공립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기타 유학 프로그램과는 달리 학비나 숙식비가 무료다. 추가 학비를 지불하면 사립학교 배정도 가능하다.

교환학생의 강점은 저렴한 비용과 현지 미국인과 가족처럼 지내면서 체험하는 문화 활동이다. 언어 연수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참가자가 현지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미국 문화를 체험하는 데 방점을 두게 된다. 단 국내 참가자 수요가 늘더라도 미국이 정한 한국인 교환학생 쿼터 수에 맞춰 참가자를 선발한다. 2010년에는 1742명이 선발됐으며 그 수는 해마다 바뀐다.

참가자들은 가정과 학교를 통한 영어 실력 향상을 장점으로 꼽는다. 미국 학생과 동등하게 수업을 받기 때문에 발표 수업에 참여하거나 에세이를 제출하는 일이 흔하다. 손씨는 “학교에서 발표 수업이 있을 때면 홈스테이 가족을 앞에 앉혀 놓고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했다”고 회고했다.

미국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홈스테이 가정은 참가자의 전반적인 미국 생활을 책임진다. 참가자를 가족처럼 여기고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선사할 현지 가정이 선정된다. 손씨는 “한 식탁에 둘러앉아 가족처럼 식사를 하고 풋볼게임을 보러 갔던 일들이 귀중한 문화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홈스테이 가족 또한 참가자를 통해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해 참가자의 역량에 따라 문화 교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와 관련, 강씨는 “홈스테이 가정의 할머니가 한국 드라마와 노래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이모저모를 대화 소재로 삼곤 했다”고 회고했다.

홈스테이 가족은 참가자의 성향과 가까운 가정이 선정된다. 따라서 홈스테이 가족에게 보낼 영문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쓰는 일이 중요하다. 자기소개서에는 참가자의 성격·취미·장래희망 등을 적는다. 참가자 부모는 자녀의 학업·교우관계·생활습관을 쓴 자녀소개서를 내야 한다. 다빈치교육센터 교환학생 담당 손상희 대리는 “자기소개서는 참가자의 첫인상과 같다”며 “영문 자기소개서는 홈스테이 가정 배치 시 참고사항이 되므로 정성스럽게 쓰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영문 자기소개서는 학교 측에도 보내진다.

교환학생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한국에서 슬렙(SLEP·Secondary Level of English Proficiency)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미국 ETS가 주관하는 슬렙테스트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7~12학년의 듣기·읽기 능력을 평가한다. 150문항을 90분간 치른다. 67점 만점에 43점을 넘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테스트 통과 후에는 기초 회화 능력을 평가하는 영어 인터뷰가 있다. 비자가 발급되고 나면 배정될 지역과 홈스테이 가정을 통보받는다. 교환학생을 마친 뒤에는 참가자의 선택에 따라 미국에 남을 수도 있다. 참가자의 30% 정도가 미국 사립학교로 편입하는 추세다. 이때는 유학비자(F-1)로 변경해야 한다. 귀국한 학생은 국내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입학과 학년이 배정된다. 참가자 중 일부는 국제고나 특목고로의 진학을 준비하기도 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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