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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허리 휘는 초등생 '등골 책가방' 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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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신촌동에 사는 주부 박정진(37)씨는 요즘 초등학교 2, 4학년인 두 자녀의 책가방 구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올해 백화점에 가 보니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합쳐 브랜드 제품 가격이 대부분 10만원대 후반으로 올랐고 일부는 2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10만원대 초반에 모두 구입했다. 박씨는 “가볍고 튼튼하면 되는데 불필요한 기능을 붙여 값을 자꾸 올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학부모들이 가장 좋은 것으로 사주고 암암리에 비교를 하니까 아무거나 사주기가 망설여진다”고 덧붙였다. 첫째 아이가 입학할 때 대형마트에서 3만원대 만화 캐릭터 가방을 사줬는데, 학교에 가 보니 브랜드 가방을 메지 않은 아이가 하나도 없어서 민망했던 기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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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책가방 20만원’ 시대가 왔다. 시장 점유율 선두권 업체인 휠라코리아가 올해 내놓은 주력 상품 ‘범블비 백팩’은 가방이 14만9000원, 신발주머니까지 하면 18만원이다. 아동복 브랜드 제품은 더 비싸다. 빈폴키즈는 29만7000원, 닥스키즈는 24만6000원짜리 ‘프리미엄’ 가방 세트를 올해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업체들은 매년 새 제품을 낼 때마다 가격을 20% 가까이 올려왔다. 휠라코리아 가방세트는 2008년 9만4000∼10만9000원에서 2009년에는 12만원, 2010년 10만~14만3000원, 올해 13만~18만원대로 매년 상승했다. 빈폴키즈도 주력 제품 가격이 2010년 13만7000원대에서 2011년 14만8000원, 올해 19만7000원으로 인상됐다. 30만원대에 육박하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제외하고도 2년 사이 가격이 40% 이상 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일부 아동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이다 보니 한 아이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늘었다. 집안 형편과 관계없이 고가 제품을 사주는 것이 세태다. 한 아동복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초등학교에 가 보면 아이들 90%는 브랜드 가방을 메고 있고, 대부분이 매년 새 제품을 산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의 ‘노스페이스 재킷’이 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등골 브레이커’라면 초등학생은 고가의 ‘등골 백팩’을 메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됐다. 대형마트에서도 아동들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은 세트 가격이 7만~10만원이다.

 업계에서 추산한 초등학생 가방 시장은 연 2000억~3000억원이다. 아이들 수가 줄어도 제품 단가가 오르다보니 시장은 성장세다. 휠라코리아를 비롯해 르까프·아디다스·프로스펙스·케이스위스 같은 스포츠브랜드와 빈폴키즈와 닥스키즈를 비롯한 아동복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저학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빈폴키즈의 경우 2004년 책가방을 처음 내놓은 이후로 매년 20% 이상씩 매출이 늘고 있다.

 경쟁도 치열하다. 2010년부터는 온갖 기능이 적용됐다. 휠라코리아가 평균 700~800g이었던 책가방 무게를 절반으로 줄인 400g대 책가방을 출시하자 다른 업체들도 400~600g의 초경량 제품을 속속 내놨다. 지난해에는 자세 교정을 위한 등판·어깨끈과 어두울 때 빛을 내 교통사고 등을 줄여준다는 각종 신소재가 부착된 제품이 등장했다. 올해에는 휠라코리아가 영화 ‘트랜스포머3’와 협업해 로봇 캐릭터를 적용한 ‘오토봇’ 시리즈를, 르까프가 고탄력압축소재(EVA) 몰드를 적용한 제품을, 아디다스는 의자업체 듀오백과 협업한 ‘아디듀오’를 내놨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능과 디자인 경쟁이 심해 해마다 어떻게든 새로운 것을 짜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심서현 기자

◆등골 브레이커(breaker)=중·고교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고가 패딩점퍼를 가리키는 말. 부모에게 ‘등골이 휠’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노스페이스 계급도’에서는 60만원이 넘는 점퍼의 별명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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