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 ” “동생이 … ” 음주운전 발뺌하던 형제, 어머니 꾸지람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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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내가 아니고 동생이 운전했다니까요.”

 “형이 운전했잖아.”

 6일 오후 11시 서울 송파경찰서 교통조사계. 회사원 권모(29)씨와 동생(28)이 경찰 조사 중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0시15분쯤 형제가 타고 가던 승용차가 서울 강동등기소 앞 도로에서 지하철 공사장 펜스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차의 앞부분이 파손됐지만 두 형제는 다치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권씨 형제에게서 술냄새가 나자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를 벌였다. 음주측정 결과 형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00%, 동생은 0.130%. 모두 면허 취소에 해당했다. 차량은 이들의 소유가 아니라 지인의 명의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 조사에 순순히 응하던 두 형제는 서로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고 발뺌하기 시작했다. 다툼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경찰은 일단 신원 보증을 위해 이들의 어머니를 불렀다. 음주 운전 혐의로 조사받을 경우 신원 확인을 위해 보증인이 경찰서에 출석해야 한다. 형제의 어머니는 경찰서에 들어서자 두 형제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내가 너희를 이렇게 가르쳤느냐. 왜 잘못된 일을 하고 다니느냐”고 꾸짖었다. 묵묵히 꾸지람을 듣던 형제는 그제야 서로 “내가 사고 당시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경찰은 형제가 함께 술을 마신 뒤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모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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