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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호쿠에 중국 선전 같은 경제특구를 만들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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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호 21면

“일본은 중국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일본 정치인들이 일순 조용해질지 모른다. 중국이 일본에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그런 이야기는 생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이 해야 할 것(내수경기 진작, 생활수준 향상)과 하지 말 것(부실대출·불경기)을 보여 주는 교본이었다.

‘일본은 중국 경제특구를 따라 해야 한다’는 권고를 귀담아듣지 않는 일본 정치인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경제 전문가 중에는 ‘일본에 한두 곳의 특별경제구역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많다. 일본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법령과 규제, 폐쇄적인 관료제를 타파할 대안의 실험실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은 볼 것 없던 남부 해안의 선전시를 중국의 첫 번째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했다. 오늘날 선전은 1000만 명의 인구와 마천루가 가득한 도시로 성장했다. 중국은 선전에서 다양한 경제실험을 해 왔다. 법인세율이 과연 외국인 투자 유치와 정부 재원 유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근로기준법은 적절한지, 규제는 적정 수준인지…. 선전 특구의 성공은 앙골라·방글라데시·필리핀 등 많은 나라에, 심지어 북한에까지 특별경제구역 설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왜 중국처럼 하지 못하는가. 과거 고이즈미 총리가 ‘개방’ 카드를 꺼내 들긴 했지만 밀어붙이진 못했다. 일본 정부의 성장정책 가운데 가장 사랑받은 것은 빚과 콘크리트였다. 돈이 많이 드는 공공사업은 공공부채를 만들어 냈고, 건물만 짓다 보니 곳곳에 콘크리트 덩어리다. 비생산적인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급급해 혁신에 게을렀다.

일본은 지금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는 뼈아픈 천재지변이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황폐화된 일본 동북부 지역은 새로운 경제정책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후쿠오카·고베·요코하마 등지도 좋다.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법인세율을 낮추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경제학자 마틴 슐츠는 도호쿠 지역을 아예 법인세 면제지역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대지진 이후 인구가 급격히 주는 도호쿠에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는 진짜 위기가 왔을 때 큰일을 해 낼 기회를 얻는다. 일본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꽉 부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 속에서 안정·번영된 일류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오늘날의 일본을 만든 정책과 개혁의 힘을 잃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올해 국정 방향은 ‘일본의 선전 경제특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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