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균테러 대비 천연두 백신 생산 재개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테러분자의 세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25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천연두 백신을 생산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워싱턴DC 인근인 메릴랜드주 락빌의 바이오릴라이언스가 군용 천연두 백신 30만명분 납품 계약을 따냈다고 밝히고 세균 실험 및 관련 제품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올 연말 이전에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4천만명분 백신 생산업체를 9월 말까지 추가로 선정하는 등 앞으로 10년동안 천연두 백신 생산에 3억2천2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미국의 천연두 백신 생산은 지난 75년 중단 이후 25년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최근 수년간 테러분자들의 천연두균 공격에 대한 우려가 부쩍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옛 소련이 세균전을 위해 만든 대량의 천연두균이 소련 붕괴과정에서 매각됐거나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지난 1992년 옛 소련의 최고위 세균전 전문가였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카나트얀 칼리베코프에 의해 밝혀진 이후 부쩍 확산됐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만 엄격한 통제하에 천연두균 샘플을 보유하고 있지만 관계 전문가들은 북한,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CDC가 보유하고 있는 백신은 겨우 1천500만명분인 데다 그나마 4분의 1은 이미 약효가 없기 때문에 만약 테러분자들이 공격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그 피해는 끔찍한 악몽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천연두 바이러스로 유발되는 천연두는 전염성이 높고 치사율도 30%나 되는 질병으로 인류 역사상 전쟁과 다른 전염병들로 죽은 사람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5억여명이 천연두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천연두 백신 접종은 지난 1966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실시돼 1978년 마지막 환자가 영국에서 보고됐으며 1980년에는 천연두균 완전 박멸이 선포됐다.

미국은 지난 1972년 일반 대중에 대한 천연두 백신 접종을 중단했으나 군인들에 대해서는 80년대 중반까지 계속했다고 포스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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