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결속 급한 아마디네자드 … 총선 전 ‘호르무즈 도박’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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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디네자드

이란의 핵개발 강행과 이에 맞선 미국의 제재로 시작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무력 도발’ 위협을 무시하고, 걸프만에 계속 항공모함을 배치하기로 했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걸프만의 미 해군은 이 지역을 통과하는 상업선박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항공모함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란 아타올라 살레히 군 사령관은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미 항공모함이 다시 걸프만으로 돌아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한 번 이상 경고를 하는 습관이 없다”고 밝혔다. 살레히 사령관이 지칭한 항공모함은 지난해 12월 27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걸프 지역을 떠난 미 해군 USS 존 스테니스호다. 해협 인근에는 바레인을 거점으로 한 미 5함대와 프랑스·영국 등의 해군이 활동하고 있다.

 이란의 미국에 대한 강경 입장은 이란 국내 정치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 제재와 야권의 반발로 민심이 악화하는 가운데 3월에 총선을 치르기 때문이다. 외교뿐 아니라 내치(內治)에서도 위기를 맞은 그가 무리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정부와 정면으로 대립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도 쏟아내기 일쑤였다. 그는 1980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건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언급하는 이란이 실제로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전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면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란이 입을 타격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 등의 제재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수송 요충지를 막을 경우 이란에 우호적이었던 국가들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원유 증산 채비를 마쳤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지혜·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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