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통 벗고 축제무대 선 교장선생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평창군 평창고 임성엄 교장(57)이 깜짝 보디빌더로 변신했다. 엄 교장은 지난 달 19일 평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교내 동아리 축제에서 헬스 동아리 학생들이 근육질 몸매를 선보인 직후 팬티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엄 교장은 ‘자강불식(自强不息), 신년대길(新年大吉)’이란 새해 구호를 적은 종이를 펼쳤다. 스스로 힘써 노력하기를 쉬지 말고 새해 좋은 일만 있으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여러 포즈로 젊은이 같은 근육을 선보인 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예고 없던 교장 선생님의 변신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놀라움과 함께 환호성을 보냈다.

 임 교장이 이날 무대에 등장한 것은 학생과 소통의 길을 넓히고, 이를 통해 학생이 도전정신과 꿈의 크기를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다. 평소 일주일에 1~2회 기구운동을 했다는 임 교장은 2개월 전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워밍업을 한 후 교내 체력단련실에서 2시간 동안 기구운동을 했다.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2개월 동안 훈련으로 81㎏이던 몸무게가 5㎏ 줄었다.

 하지만 교장으로서 팬티 차림으로 학생과 교사·지역 인사들이 모인 무대 위에 서는 것에 대해 몇 번이나 망설였다. 부인도 반대했다. 그는 “‘주책’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결정하기 힘들었지만 하고 나니 반응도 괜찮고 후련했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평창고에 부임한 임 교장은 학생들이 어느 정도 공부는 하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 지난해 점심시간을 50분에서 70분으로 늘려 학생과 교사가 함께 걷도록 하고 있다. 임 교장은 “학생들이 건강한 체력과 바른 인성 속에서 실력을 쌓고 자기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