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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닷컴, 일자리 만드는 기술은 안철수연구소 제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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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디지털 콘텐트 보안업체인 파수닷컴의 조규곤 대표가 신입사원과 한자리에 섰다. 조 대표가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사진 왼쪽부터 신예나·김승환 사원, 조 대표, 신장휴·정태민 사원. [김도훈 기자]

“회사의 꿈이 하나씩 현실로 이뤄지는 걸 보면 제 꿈도 곧 실현될 거란 믿음이 생깁니다.”

정태민(26)씨는 지난해 1월 연세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디지털 콘텐트 보안업체인 ‘파수닷컴’에 입사했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대기업을 택했다. 정씨도 고민했다. 만들어진 길을 가느냐, 길을 만들어 가느냐의 갈림길이었다. 정씨는 마지막 면접을 마친 뒤 회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용기를 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꾼다』라는 제목의 책 첫 장에는 ‘사회의 첫발을 함께 걸어가자’는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책을 건넨 사람은 파수닷컴의 조규곤(52) 대표다. 조 대표는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미국 소프트웨어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를 시작했다.

조 대표가 선택한 분야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이 아닌 ‘인공지능’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 가장 안 되는 걸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기술 자체는 사업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어려운 목표에 가 닿기 위해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2000년 6월 파수닷컴을 창업했다.

  파수닷컴은 PC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문서와 저작물을 말 그대로 ‘파수(把守)’하는 회사다. 디지털콘텐트를 암호화하고 권한을 제어하는 DRM(Digital Rights Management·디지털콘텐트 저작권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판매한다.

이 분야에 뛰어든 지 10년 만에 연매출은 6000만원에서 170억원으로 늘었고 21명이던 직원은 170명으로 불었다. 채용 인원으로는 8배, 연매출로는 300배 가까운 성장이다. 성장속도로만 보면 2년 전 연매출 700억원에 511명의 정규직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 1위 기업’으로 선정된 안철수연구소를 넘어선 셈이다.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올해 공채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22명을 채용했다. 경쟁률만 30대 1이 넘었다. 사업 초기엔 한 해 지원자가 20명을 넘지 않았던 회사가 1000명에 가까운 청년을 끌어모은 것이다. 박영미 파수닷컴 마케팅팀장은 “이들을 포함해 올해 50여 명 정도를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기업 채용설명회의 전략도 바꿨다.

서울 시내 20여 곳의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공략해 실무수업을 해주며 자연스레 회사를 알리고 있다. 이 회사 박정훈 인사팀장은 “파수닷컴의 활약을 잘 알고 있는 교수님들의 도움이 컸다”며 “‘아는 사람만 아는 기업’이라는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새해부터 첫 출근을 시작한 박대선(25)씨는 “파수닷컴은 대학 ‘실력파’ 선배들이 가장 선호하고 교수님들이 ‘강추’하는 회사”라며 “정보기술(IT) 업계는 이직이 잦은데, 이 회사 선배들은 자리를 옮기지 않고 회사와 함께 꾸준히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입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기개발에 대한 회사의 지원은 적극적이다. 배우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 연 50만원씩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위한 지원금도 나온다. 그래도 대기업의 혜택엔 못 미친다. 조 대표는 “대신 회사의 꿈과 비전이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그가 직접 회의실에서 ‘FMT(Fasoo Monday Talk)’ 미팅을 갖는 이유다. 조 대표와 팀장, 그리고 전 직원이 돌아가며 각자의 꿈과 희망을 발표하고 공유한다.

 조 대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남이 못 보는 걸 보거나, 남보다 먼저 보는 것이다. 파수닷컴이 2000년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디지털콘텐트 보안이라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업 시작 후 디지털 보안이라는 개념을 알리는 데만 3~4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2003년을 전후로 연예인 X-파일과 동영상 유출 등으로 디지털 파일 보안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조 대표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파수닷컴의 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삼성·포스코·롯데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최근에는 보안 유출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금융쪽 회사들까지 파수닷컴의 고객이 됐다.

 파수닷컴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자신감’을 가장 중시하는 것도 그래서다. 자신감이 없으면 설사 남이 못 보는 걸 보더라도 행동에 옮기기는 어렵다. 조 대표는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걸 할 수 있는 힘이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파수닷컴은 2020년까지 글로벌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예훈 기술보증기금 강남기술평가센터 팀장은 “파수닷컴의 지난 3년간 평균 종업원 수 증가율은 25%에 달한다”며 “지금의 발전속도로 보면 2020년 예상 고용 인원은 1000명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나현철·김선하·한애란·김혜미 기자

중앙일보·기술보증기금 선정 잡 프런티어 기업

1. 파수닷컴(디지털 콘텐트 보안)
2. 엔타즈(모바일게임 개발)
3. 심플렉스인터넷(온라인 쇼핑몰 호스팅)
4. 온라인투어(온라인 항공권)
5. 코이즈(LCD 보호필름)
6. 동운아나텍(반도체 설계)
7. 켐포트(기능성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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