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삼성, 인터넷 업계 '최강자'로 떠오르나

중앙일보

입력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e삼성이 벤처기업 한글과 컴퓨터(한컴)의 `주인'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
르며 인터넷 업계 석권을 노리고 있다.

한컴은 네띠앙(지분율 42.48%), 하늘사랑(48%), 한소프트(50%), 예카 투어(65%), 한컴리눅스(45%) 등 23개의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을 거느리고 있어 e삼성이 한컴의 최대 주주가 되면 재용씨는 단숨에 국내 인터넷업계의 `최강자'로 등장하게 된다.

한컴의 최대 주주인 메디슨 관계자는 23일 "6월 말부터 LG, SK텔레콤, 삼성, 국내 인터넷기업을 주축으로 구성된 벤처 컨소시엄 등 4곳을 상대로 한컴 지분 매각작업을 벌여왔으나 최근 LG와 SK텔레콤이 IMT 2000사업을 이유로 발을 뺀 상태"라고 밝혔다.

메디슨은 계열사인 메디다스와 무한기술투자가 보유한 지분을 포함, 전체 주식의 18.8%(902만주)를 보유한 한컴의 최대주주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삼성, 벤처 컴소시엄 등 2곳과는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삼성쪽의 구체적인 협상 파트너는 재용씨가 최대 주주인 e삼성"이라고 덧붙였다.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LG, SK텔레콤 등 대기업이 빠진 상태서 최소 1천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메디슨 보유 한컴 지분 인수에는 아무래도 `삼성'을 등에 업은 e삼성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삼성은 삼성의 국내외 인터넷 사업을 총괄 지휘할 지주회사로 지난 5월에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올앳카드, 시큐아이닷컴, 이누카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재용씨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코스닥시장 침체로 컨소시엄에 참가할 가능성이 큰 유망벤처기업들의 자금 동원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e삼성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메디슨 이민화 회장이 "한컴 지분을 가능하면 국내 인터넷기업에 팔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벤처 컨소시엄에 분할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지만 벤처 컨소시엄이 엄청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6월말 메디슨이 한컴 지분 매각의사를 발표했을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한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천8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그러나 그동안 주가하락으로 인해 매각대금은 이보다 훨씬 낮아졌지만 아직도 최소 1천200억원선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e삼성은 삼성그룹을 배경으로 엄청난 자금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인터넷 최고 강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6월말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하락시킨 이후 메디슨의 자금사정이 썩좋지 않다는 점도 e삼성의 한컴 지분 인수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국세청 등이 총동원돼 벤처투자 및 분사기업을 통한 4대 그룹 총수 2, 3세에 대한 변칙 증여.상속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 e삼성의 한컴 인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가장 유력한 메디슨의 한컴 지분 인수후보로 떠올랐던 SK텔레콤은 자체 경영전략상 지분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인터넷 분야 강화에 역점을 둬온 SK텔레콤은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을 가진 한컴을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인수를 강력히 추진했으나 최대 3조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IMT2000 사업을 위해 자금을 축적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방향을 틀었다.

SK텔레콤은 특히 7월 한국전력 자회사인 파워콤 지분(5%) 인수에 2천억원 이상을 쏟아부은데 이어 파워콤 지배주주가 되기위해서는 9월로 예정된 파워콤 지분의 추가 매입(매각물량 30%)에 나서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IMT2000 사업에서 SK의 경쟁자인 LG도 같은 입장이다. LG는 지난 7월 파워콤 지분매각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9월 전략적 지분 매각입찰에는 총력을 다해 참여하겠다며 한컴 인수전에서 일찌감치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인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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