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종이 사보 만들기 붐

중앙일보

입력

"e-메일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드림라인의 배정국 홍보부장은 최근 사보를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한 뉴스레터가 있지만 직원이 6백여명으로 늘면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데는 종이 사보가 제격" 이라며 "인쇄된 글은 e-메일보다 인간적이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 말했다.

데이콤도 지난 10일 인쇄사보인 ''데이콤 가족'' 을 복간했다. 1998년 초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며 종이사보를 폐간한 지 2년반 만이다.

사보 담당자인 김민경씨는 "전자사보가 따로 있지만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직원들과 가족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종이 사보를 복간했다" 고 말했다. 데이콤은 사원들의 가정에 사보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업체인 심마니는 매달 심마니 라이프라는 사외보를 20만부나 찍어 주부와 노인, 군부대에 무료로 보내고 있다.

심마니측은 "국내 인터넷 보급이 포화상태여서 앞으로는 정보화에 소외된 계층이 가장 큰 잠재고객이란 판단에 따른 것" 이라고 설명했다. 주부.노인.군인에게 익숙한 인쇄 매체를 통해 온라인 고객을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업체들의 종이 사보 붐에는 보안 문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직이 워낙 잦다 보니 사원들이 인터넷 업종 전체를 자기 회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이에 따라 애써 개발한 신기술 정보가 너무 쉽게 유출되고 있다.

그만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중요해진 것이다. 테헤란밸리가 ''한물 간'' 것으로 여기던 종이사보에 새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