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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강남·명문대보다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관계의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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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12년 새 해가 떠올랐습니다. 올해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새 달력을 넘기며 새 꿈을 꿔봅니다. 가족과 이웃이 모두 친구가 돼 서로 손과 손을 맞잡고 밝은 새해를 열어가는 건 어떨까요.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2012년 1월의 주제를 ‘사람과 사람 사이’로 잡았습니다. 인간(人間)이란 한자의 뜻을 풀어본 것입니다.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신간 3권을 추렸습니다.

소셜 애니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
568쪽, 2만5000원

해럴드는 신간 『소셜 애니멀』의 남자 주인공. 그는 고교 시절 참스승을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중·상위권 성적에 머물고 있지만 성격 밝고 이상을 추구하던 그가 가진 잠재력을 스승 테일러가 주목한 것이다. 그는 제자에게 책 한 권을 쥐어주며 슬쩍 귀띔해줬다. “이게 널 위대한 사람으로 이끌 거야.”

 선물로 받은 게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이디스 해밀턴). 고대그리스의 철학·사회원리를 담은 이 책을 혼자 읽으며 해럴드는 요즘 사라진 남자다움의 미덕을 새삼 깨칠 수 있었다. 번개 맞은 대목이 따로 있다. 느리고 길게 느껴지는 배움과 학습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문일침이다. “신의 법칙이 있으니, 학습하는 자는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는다.”(비극시인 아이스킬로스)

 이후 확 달라진 해럴드는 호머·소포클레스 등도 챙겨 읽었는데, 이런 성장을 지켜보던 스승에겐 신념이 있었다. IQ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유대가 핵심이란 판단이다. 관계·유대를 결정짓는 요소가 뭘까. 그게 바로 정서·성격·직관이라는 게 『소셜 애니멀』의 주장이다.

 성취와 행복을 찾는 새해, 우리가 목말랐던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이 나온 지는 보름 남짓, 이미 챙겨본 독자도 있겠지만 좀 묘하다. 소설이 아닌데도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성격 좋은 부잣집 아들 해럴드, 투지 넘치는 여성 에리카가 그들인데, 러브 라인을 만드는 이들이 어떻게 함께 삶의 정글을 헤쳐 나가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천재가 아닌 둘은 열심히 배웠다.

 열린 성격으로 우정과 사랑도 쌓아갔다. 그걸 토대로 사회적 성공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런 캐릭터와 픽션에 저자의 과학적 해설을 곁들인 절묘한 책이다. 반복되는 메시지가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 성공이란 IQ나 성적순이 결코 아니란 강조이다. 빤한 내용 같다고. 그게 아니다.

 의식·IQ 따위보다 그 동안 찬밥이던 감정·직관·정서야말로 성공적인 삶, 행복한 삶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각종 연구결과 입증됐다. 주인공이 보여주듯 이런 영역에서 지혜가 자라고, 창의적 관계를 맺는 발판이 마련된다. 그래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 아닌, 새롭고 넓은 뜻의 사회적 동물(소셜 애니멀)이다.

 입시에만 관심 있는 학교, 인간을 수치로 계량화한 엉터리 철학자, 그리고 숱한 자기개발서들이 이걸 몰랐다. 아니 혼동했다. 그 탓에 기를 쓰고 성공의 사다리에 매달리는 ‘통조림 인간’을 양산했다. 지금 우리 사회 혼란도 그 탓이다. 그렇다면 의미심장한 사례연구를 보자.

 즉 IQ 135 이상의 두뇌그룹을 오랜 기간 전수(全數) 조사했다. 뜻밖에도 이들 중 퓰리처상·맥아더상 수상자 같은 슈퍼스타는 없었다. IQ 150은 120보다 똑똑하겠지만, 그게 사회적 성공에 기여한 건 아니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 썼듯 노벨 화학·의학상을 받은 미국인은 하버드나 MIT 출신과 거의 무관했다. (248쪽)

 때문에 사랑 그리고 성공·행복을 결정짓는 관계의 마법을 보여주는 이 책은 가치전복적 주장이 맘에 든다. 현행 사회제도에는 살아있는 ‘전체로서의 인간’을 멸균소독을 해왔으니 이걸 전부 리셋(reset)하라는 명령이다. 우리에겐 강남학군·명문대·일류직장이 전부인가를 되묻는 말로 들린다. 저자도 거물. 10여 년 전 『보보스』로 인기 모았던 그답게 새로운 얘기 방식에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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