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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탄 국왕 모욕 논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 28일 일본 후지TV의 한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명 개그맨 게키단 히토리와 걸그룹 AKB48의 멤버 아키모토 사야카가 부탄 국왕 부부를 흉내내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일본 온라인 상에서 ‘부탄 국왕 부부 모욕’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탄 국왕 부부를 우스꽝스럽게 흉내 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일본 후지TV의 생방송 프로그램인 ‘와랏테 이이토모! 망년회 특대호 2011’에선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부탄 국왕(31)과 제선 페마 왕비(21)를 패러디했다. 일본의 유명 개그맨 게키단 히토리(劇團ひとり·34)와 걸그룹 AKB48의 멤버 아키모토 사야카(秋元才加·23)가 각각 왕추크 국왕과 페마 왕비로 변신했다. 부탄 전통의상을 입고 나온 두 사람은 코를 파거나 눈을 뒤집는 등의 몸짓과 표정 연기를 했다.

방송이 나간 뒤 일본 네티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나라의 국왕을 개그소재로 쓴 것 치곤 지나친 표현이라는 것이다. “부탄인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2ch 등 커뮤니티에는 “한 나라의 왕을 생방송에서 깎아내리다니 제정신인가” “국제적 망신” 이라는 반응이 올라왔다. ‘부탄 국왕 모욕 문제’라는 이름으로 문제의 방송 장면이 유튜브에도 올라왔다.

지난달 중순 일본을 방문한 왕추크 부탄 국왕(오른쪽)과 제선 페마 왕비의 모습. [사진=저팬 타임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비판이 과민 반응이라는 의견도 제기했다. “충분히 용납할만한 수준의 개그”, “후지TV를 싫어하는 일부 우익 네티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 반응은 후지 TV와 게키단 히토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왕추크 부탄 국왕은 지난 2009년 28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왕’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10월 평민 출신의 제선 페마와 결혼했다. 당시 외신들은 이 결혼을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에 빗대 ‘아시아판 로열 웨딩’이라고 보도했다. 결혼 후 한 달 만에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등 일본 왕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방문 동안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 소마시를 찾는 등의 행동으로 일본 국민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한 일본 네티즌은 “11월 지진피해를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부탄 국왕을 저렇게 모욕해도 되나. 외교전으로 비화할까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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