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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 살 길, M&A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 하반기 테헤란밸리 벤처업계의 최대 화두는 M&A(인수합병).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상 시장 선점한 몇몇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원리와 침체된 코스닥 시장 상황이 M&A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또 ‘9∼10월 대란설’ 등 최악의 상황에 앞서 벤처업체들이 취약한 수익모델 및 경영자원을 서둘러 확보키 위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생존 전략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아날로그 시대 제 1의 생존 전략 슬로건이 디지털 시대의 생존 몸부림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 동안 물밑에서 맴돌던 인터넷 벤처업계의 M&A(인수합병)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굴뚝’기업과 온라인 기업간 짝짓기는 물론, 시장 선점을 위한 인터넷 경쟁기업간 합병도 단행되고 있다.

M&A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현재 인터넷 시장에 나돌고 있는 ‘9∼10월 대란설’ 등 최악의 상황에 앞서 벤처업체들이 취약한 수익모델 및 경영자원을 서둘러 보완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주회사 전략을 발표한 뒤 별다른 흡수합병을 하지 않고 있던 새롬기술이 2일 지역정보 서비스업체인 타운넷을 전격 인수합병했다. 타운넷은 전자지도와 웹지리정보(GIS) 기반으로 전국적인 지역정보와 생활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새롬기술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투자를 통해 정보통신에 관계된 다양한 온오프라인 영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TI(컴퓨터 전화 통합)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로커스도 올들어 통신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를 결합한 통합 디지털 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활발한 M&A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달 말 국내 콜센터용 녹음장비 전문업체인 휴코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이 달 초에는 같은 코스닥 등록기업인 코아텍 시스템을 전격 인수합병했다. 로커스는 국내 콜센터용 녹음장비시장에서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휴코산업을 인수, 휴코산업의 전문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기업용 통신 솔루션을 자체 상품으로 보유하게 됐다.

이어 이 달 초에는 기존 최대 주주측으로부터 직접 지분을 넘겨받는 형식으로 변압기용 코어 전문생산업체인 코아텍시스템을 전격 인수했다.

코스닥 증권시장에 따르면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 등 7명이 코아텍시스템의 인호진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인 3명으로부터 장외에서 40.77%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중 김형순 사장이 사들인 물량은 79만여 주(지분율 26.15%)다. 기존 최대주주인 인호진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30.39%에서 13.59%로 낮아지면서 김사장이 제1주주가 된 것이다.

이번 로커스의 코아텍 인수는 벤처기업에 의한 본격적인 A&D(기업인수개발)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로커스측 또한 “향후 로커스는 통신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코아텍은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등 장기 경영전략을 펴는 통합 지주회사(슈퍼홀딩 컴퍼니)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포털업체인 야후코리아는 최근 들어 동창생 찾기 사이트로 유명한 아이러브스쿨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독특한 아이템과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등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업체들 가운데 M&A에 적합한 회사를 다각도로 물색하고있으며 아이러브스쿨도 검토 대상 업체의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수 대금이나 방법, 시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인수합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 협상 과정이 급류를 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이러브스쿨의 시장 가치는 대략 5백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야후코리아는 지난 3월 미국 본사의 제리 양 회장으로부터 7백억원을 지원 받은 이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M&A 대상업체를 계속 물색해왔다.

생존전략형의 전략적 M&A

PC방 네트워크 업체인 이스테이션은 지난 달 최대 경쟁사인 청오정보통신을 인수합병키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으로 PC방 가맹점 9천여 개를 확보, 국내 최대 PC방 네트워크 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특히 이스테이션은 서울지역(가맹 PC방 4천1백여개)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청오는 지방에서만 3천8백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어 전국적인 사업망 구축이 단숨에 가능해진 게 이번 합병의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GIS(지리정보시스템) 솔루션 업체인 공간정보통신은 데이터 저장장치 개발업체인 데이터2000 의 지분 56%를 확보해 인수를 확정지었다. GIS 솔루션 특성상 방대한 양의 데이터 보관이 필수적이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차원에서 M&A가 이뤄졌다고 공간측은 설명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전문회사인 디지온과 디지털 광고 마케팅업체인 애드디지털도 이 달 7일, 회사명을 애드디지털로 하고 사업 영역을 마케팅과 엔터테인먼트로 하는 합병안에 전격 합의했다.

M&A가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등록 기업들이 리모델링(사업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온라인 업체를 사들이는 신종 M&A도 생겨나고 있다.

문구업체인 바른손이 인터넷 중고품 경매사이트인 와와를 인수한 것도 온라인 업체를 기반 삼아 사업분야를 아예 인터넷으로 바꾸기 위한 포석이다. 신종 M&A의 선두 주자는 리타워테크놀러지스(옛 파워텍). 이 기업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28개 업체를 M&A했다. 이 회사는 최근 홍콩의 아시아넷을 비롯, 비즈투비즈, 에이원컴닷컴, 유니컴네트 등 온라인 업체가 대부분이다.

국내 벤처기업들 중 3분의 2가 올 하반기에 자사가 중심이 되는 M&A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로 M&A는 하반기 테헤란밸리의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산업자원부 또한 수익성이 떨어지는 벤처기업간 M&A를 촉진하기 위해 1천억원 규모의 ‘중소·벤처 M&A 전용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반기에 M&A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상 시장을 선점한 몇몇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원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침체된 코스닥 시장 상황이다. 1등이 아닌 2등과 나머지는 덩치를 키워서 위기를 모면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 비즈니스에다 매출 구조가 하루 아침에 개선되기 어려운 닷컴 기업들이 코스닥 등의 공개자금 시장에서 자금을 계속 끌어다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 쇼핑몰 사이트 갤럭시게이트를 운영하는 홍문철 사장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M&A는 적대적 및 우호적 M&A라기 보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M&A 성격이 짙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생존전략이 급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소문만 무성할 뿐, 예상만큼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업계의 지적도 있다. 대기업과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9월이나 10월쯤 자금 경색이 더 심해지면 헐값에 인수할 수 있으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 M&A전문회사인 라호야 인베스트먼트의 최기보 사장은 “현재로서 닷컴기업들은 코스닥 등 기업 공개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은 선택은 M&A를 추진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M&A와 코스닥은 한 쪽이 오르면 다른 쪽이 떨어지는 시소게임 관계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코스닥 폭락이 이어지면 M&A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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