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의장 전 비서 영장 … 디도스 공격 공모 혐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10·26 재·보선 당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봉석 부장검사)은 27일 디도스 공격을 공모한 혐의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30)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의장 비서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디도스 공격의 윗선과 배후 실체를 놓고 정치권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재·보선 전날인 10월 25일 서울 강남 지역의 한 룸살롱에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27·구속)씨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사전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에 대한 영장 청구는 “이번 사건은 공씨의 단독 범행이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검찰은 공씨 등의 진술과 관련 참고인 조사, 김씨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그가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일 “공씨가 자체 판단에 따라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공씨는 지난 10월 25일 오후 11시40분쯤 김씨와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면서 고향 후배인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강모(26·구속)씨에게 전화로 선관위와 박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함께 일하는 김모(26·구속)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수행하도록 지시하고, 황모(25·구속)씨와 차모(27·구속)씨는 디도스 공격 과정을 점검하도록 해 10월 26일 오전 해당 홈페이지 서비스 접속 지연 등의 장애를 일으켰다. 김씨는 그동안 “공씨가 디도스 공격 계획을 얘기하길래 그를 만류했을 뿐”이라며 “범행에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경찰 발표 이후 김씨가 공씨와 강씨에게 1억원을 송금했다는 사실과 공씨가 범행 직후 김씨와 여섯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에 대해 “의도적 부실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은 일단 28일 공씨 등 이번 사건 관계자 4~5명을 기소할 방침이다. 추가 관여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청와대나 국회의장실, 한나라당 등이 조직적으로 이번 사건을 주도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수사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10월 25일 술자리에 동석했던 청와대 행정관 박모씨와 최 의원의 처남 강모씨를 소환 조사한 바 있다.

박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