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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2012년 여의주는 ET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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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 편하다.’ 2011년 최고 히트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 비결은 이 두 마디로 요약된다. 거래비용이 그 어느 간접투자 상품보다 적고, 매매절차는 간단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일반인들이 여러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다양한 투자상품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ETF가 활짝 열어주었다. 무엇보다 각종 자산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에서 ETF는 빛을 발했다.

‘ETF 3인방’은 새해 투자의 모든 길은 ETF로 통한다고 확신한다. 왼쪽부터 윤주영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이사,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본부장,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팀장.

그렇다면 ETF의 인기는 앞으로 계속될까. 국내 ETF시장의 고수 3인은 주저 없이 “그렇다”고 말한다.

 삼성자산운용의 김두남 팀장, 공격적으로 선발주자 따라잡기에 나선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윤주영 이사, 채권형에 특화한 우리자산운용의 김기현본부장 등 3인은 머지않아 ETF가 모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과거 다른 펀드들처럼 반짝 유행에 그치고 말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ETF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하면서(맥킨지 보고서) 뮤추얼펀드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다만 국내에 상장된 107개 ETF가 모두 유망하다는 뜻은 아니다. 올해 최고 수익률을 낸 투자자산이 자동차 업종 ETF였지만, 전체 ETF의 3분의 2가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ETF 투자도 주식처럼 종목을 잘 고르는 선구안이 필수다.

ETF 고수 3인은 “ETF만으로 모든 투자가 가능한 세상” “투자 소외계층도 ETF를 통해 다양한 자산을 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세 사람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함께 ETF 시장을 키워간다는 동지의식으로 뭉친 관계다.

 ◆삼성자산운용 김두남 팀장

 ‘하루 거래량 1000만 주 넘는 것만 봤으면….’ 올 상반기에만 6000명의 증권사 영업직원을 만날 정도로 끈질기게 ETF 설명회를 다니며, 김두남(40) 팀장은 마음속에 이런 소망을 품었다. 2007년부터 운용을 맡아 동고동락하다 보니 ETF 전도사가 다 된 터였다. 그런데 8월, 갑자기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빵 터졌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레버리지 ETF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 1000만 주가 목표였던 이들 ETF의 거래량이 순식간에 2000만 주를 넘었고, 파죽지세로 4000만 주까지 돌파했다.

 두 펀드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삼성자산운용이 최초로 상장했다. 인버스 ETF는 장이 하락할 때 오히려 돈을 벌도록 하고, 레버리지 ETF는 오를 때 2배를 벌도록 하는 오묘한 투자의 세계를 소액투자자들에게도 열어줬다. 게다가 주식처럼 단기매매로도 가능하게 해줬다.

흥행에 대박을 냈지만, ‘투기를 조장한다’ ‘ETF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난도 받았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전체 ETF시장의 92%라는 믿기 힘든 점유율에 대한 시기도 컸다. 김 팀장도 “어린아이 입에 사탕부터 물려준 측면이 있다”며 “쏠림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는 ETF가 장기 분산투자용이라고 믿는다. 김 팀장은 “‘KODEX 200을 10만 주 가지는 게 목표’라는 개인투자자를 본 적이 있는데, 내년에도 이런 식으로 투자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투자 목표를 이렇게 세우면 가격이 떨어져도 기쁜 마음으로 더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파생상품형 ETF는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치고 빠지는 단기매매를 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에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윤주영 이사

 내년에 석유 값이 오를 것 같다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H)’을 사면 된다. 농산물 가격 강세를 예상하면 ‘TIGER 농산물선물(H)’이 답이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ETF 구색을 갖췄다. 올해 저돌적으로 새 펀드를 쏟아내 37개 ETF를 상장했다. 캐나다 ETF운용사인 ‘호라이즌’을 사버리기도 했다.

 ETF 종류가 다양한 것이 왜 중요할까. 윤주영(40) 이사는 “ETF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투자대상이지만, 쓰임새가 매우 폭넓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헤지펀드가 수익 전략을 실행하는 도구로 ETF를 많이 쓴다. 삼성전자를 사고(롱), IT 업종을 파는(쇼트) ‘종목 대 업종’ 롱쇼트를 할 때 IT섹터 ETF를 빌려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윤 이사는 그래서 “ETF는 금융의 장치산업”이라고 했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모든 투자자산이 ‘ETF화’ 돼야 한다.

 ‘2012년 ETF 투자의 길’을 묻자 윤 본부장은 “상반기에는 코스피200지수, IT업종, 중국수혜업종 등에 투자하는 ETF로, 하반기에는 대형 우량주나 현대차 같은 경기 민감 업종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했다. 만약 내년에도 내내 시장이 나쁠 것 같다면, 올해 수익률이 좋았던 금 ETF가 여전히 유효하다. 또 경기방어적 성격을 지닌 필수소비재 업종 ETF에도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ETF가 어차피 지수를 따라가는 수동형 펀드라면, 어느 운용사 것이든 다 고만고만하지 않을까. 윤 이사는 “알고 보면 운용철학이 저마다 다르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운용사 중 ETF 보수가 가장 낮다”며 “당장은 작은 차이로 보여도, 길게 보면 큰 수익률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자산운용 김기현 본부장

 김기현(41) 본부장은 채권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대부분의 운용사가 ETF 전담 부서를 따로 두는데 이 회사는 채권본부에서 채권 ETF를 운용한다. 그만큼 채권 ETF에 방점을 둔다는 뜻이다. 주식형 ETF를 개인투자자가 주로 거래하는 데 비해 채권 ETF는 대부분 고객이 기관이다. 그만큼 성격이 극과 극이다. 김 본부장은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ETF가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수익성은 채권 직접투자나 채권형 펀드와 거의 같지만, 접근성과 유동성은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ETF는 개인 채권 투자의 모든 걸림돌을 없앴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채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매매의 어려움 등 각종 장애도 있었거니와, 무엇보다 은행 예금에 비해 국고채 금리가 높지 않아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어려울수록 채권은 빛을 발한다. 바로 내년이 그럴 수 있다. 김 본부장은 내년에 채권 ETF 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본다. “대안투자로 집중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또 “투자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그에 따라 자산배분에 대한 개념이 생길수록 채권 ETF는 쓸모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보통 ‘자산배분’이라고 하면 ‘가로’ 개념만 생각한다. 주식에 30%, 채권에 20%, 현금 20% 이런 식이다. 하지만 노후자금 마련 등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세로’, 즉 시간 개념도 고려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채권은 시간 가치를 갖는 유일무이한 자산이다. 시간이 흐르면 이자가 붙고, 또 뒤로 가면 갈수록 복리효과로 이익이 배가된다.

글=김수연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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