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합격한 아이, 엄마가 자기주도학습 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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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선씨(오른쪽)가 정원준군(왼쪽)에게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학습법을 지도하고 있다.

전쟁=1학년 1학기 중간고사 / 무기=교과서, 노트, 문제집 / 전략=전 과목 100점을 위해 각각의 무기를 골고루 사용 / 전술=과목별 교과서 3회독, 노트 2회 정리, 문제집 2회 풀기, 오답정리 2회, 총 9회의 전투

 정원준(16?하나고 1)군이 중 1 첫 중간고사 때 세운 학습계획표다. 어머니 문유선(44)씨가 시험 날짜가 가까웠는데도 게임에만 빠져있는 정군에게 가르쳐 준 방법이다. 정군은 공부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와 비교해 늘어난 학습량를 따라가지 못했다. 덩달아 시험준비도 소홀했다. 문씨는 아이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역이용해보기로 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전쟁 게임에 시험을 비유한 것이다. ‘교과서와 노트’로 ‘무기’를 준비하고 ‘전 과목 100점’을 ‘전략’으로 세웠다. 달력에는 ‘국어①~국어⑩’, ‘영어①~영어⑩’과 같은 ‘전투 일정’을 적었다. ‘국어①’은 전투 1회와 같았다. 전투 방법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었다. 예컨대 ‘국어①’은 ‘국어 교과서 1단원 읽기 및 노트 5p 읽기’, ‘국어②’는 ‘국어 교과서 2단원 읽기 및 문제집 10p 풀기’와 같은 식이다. 이 방법으로 정군은 중 1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고 자연히 공부에 대한 흥미도 커졌다. 2학년 때부터는 혼자서 계획을 세웠다. 정군은 같은 방법으로 3년내내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다. 문씨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면 지루하지 않은 공부법을 제안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커가면서 관심사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돌아봤다.

실천할 수 있는 학습량으로 자율성 키워

 최근 고교·대학입시에서 자기주도학습의 비중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다. 자기주도학습 전문가들은 “자녀의 관심사로부터 공부에 대한 흥미?재미를 이끌어내는 학부모들이 해야할 첫번째 역할”이라며 “소화할 수 있는 공부량을 점점 늘려갈 수 있도록 반복적인 훈련으로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교육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훈련의 첫 단계는 학생 스스로 학습 목표량을 정하고 반복해 달성함으로써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때 목표한 공부량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라는 점을 학생 스스로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정한 목표에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문씨도 경험을 통해 전문가의 이런 조언에 대해 동의했다. “아이와 상의 후 정한 양에서 일주일 단위로 조금씩 늘려가면 어느 순간 힘들어하는 때가 있어요. 그 상태를 2~3주간 유지하다 익숙해지면 다시 학습량을 늘렸습니다.”
 
성향에 맞춰 예·복습 방법을 달리해야

 예·복습도 자녀의 성향에 따라 초점을 달리 해야 한다. 꼼꼼한 성격의 학생들은 복습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 박 소장은 “꼼꼼한 성격의 아이들은 예습 도중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학습하는 경향을 많이 띈다”며 “학습집중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작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수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주의를 줬다. 예습과정에서 내용을 거의 이해해버리면 수업시간에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과도함이 도리어 독이 되는 경우다. 선행학습의 폐해와 유사하다.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정철희 교수는 “예습은 수업 전 흥미유발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교과서를 3~4차례 빠르게 읽으면서 모르는 것을 표시해 두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교수는 이어 “꼼꼼한 학생들은 복습이 학습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반면 산만한 학생들은 예습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교과서를 읽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예습과 수업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박 소장은 “수업내용 중 궁금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만들어보게 하라”고 귀띔했다. 부모가 미션처럼 질문하기를 과제로 내주는 것이 한 방법이다. 자녀가 예습 때 준비했던 질문을 수업시간에 성공적으로 수행해오면 부모는 칭찬으로 답해준다. 박 소장은 “예?복습방법도 자녀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작은 변화만으로도 성취감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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