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기, 제주만큼 맑아졌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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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근처 전광판. 서울 공기가 제주만큼 맑다 고 나온다. [김성룡 기자]

매일 아침 남산에 오르는 주부 김정순(59)씨는 요즘 서울 공기가 맑아졌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산에 오를 때면 탁한 공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최근엔 그런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더 좋은 건 남산에서의 가시거리가 늘었다는 점이다. 남산에서 멀리 검단산이나 수락산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예전엔 일주일에 한두 번에 불과했지만 요즘엔 서너 번 이상이다.

 서울 공기가 맑아졌다는 건 조사결과에서도 입증된다. 서울시는 25일 올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당 47마이크로그램(㎍)으로 1995년 측정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의 대기질 목표 수준인 ‘제주도처럼 맑은 날’(미세 먼지 45㎍ 이하)은 지난해보다 12일 늘어난 205일에 달했다. 황사 관측일을 제외하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3㎍으로 제주도의 5년 평균(2006∼2010년)과 같았다. 1995년과 비교하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거의 40%가 줄었다. 서울시 김현식 기후대기과장은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심각한 오염물질”이라며 “공기 개선 사업 결과 미세먼지만큼은 제주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기질 향상에는 서울시가 추진해온 비산(飛散)먼지 대책이 일조를 했다는 평가다. 25일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한 서울 세곡동 보금자리주택 건설 현장에선 공사장에 쌓이는 토사에 거대한 방진 덮개가 덮여 있었다. 서울시가 연면적 1만㎡ 이상의 대형 공사장에 대해 토사와 비포장 공사 부지를 방진 덮개로 덮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정연찬 맑은환경본부장은 “미세먼지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사장이나 도로·나대지에서 나오는 비산먼지를 차단하는 대책들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맑은 공기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목표로 삼 는 제주도의 공기조차 국제적 수준에는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서울이나 제주 모두 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20㎍)은 물론이고 선진국들의 평균(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WHO가 9월 각국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2위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에는 중국의 인접국이라는 지리적 특성 탓도 크다. 중국에서 대거 날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청정지역으로 인식되는 백령도와 거제도의 미세먼지 농도조차 기준치에 육박한 45∼49㎍/㎥에 달할 정도다. 국립환경과학원 장임석 박사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일본에 환경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중국도 최근 국제 공동 조사를 진행하면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공기 정화를 위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윤창희·최모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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