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고 싶으세요? 제 손이 해드릴거예요!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씽크프리 오피스’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씽크프리닷컴. 그러나 제품개발을 담당하는 R&D센터는 서울에 있는 한국 기업이다. 제품개발 가운데 UI를 책임지고 있는 장인영 과장을 만나봤다.

운전과 펌프로 스트레스 해소

장과장은 한글과 컴퓨터 출신으로 한컴 네피스의 메뉴얼 작업 등을 진행했다. “스트레스요? 퇴근시간이 깊은 밤이잖아요. 일산까지 가는 자유로를 달리면서, 시원하게 밟으면서 풀어요. 운전 시작한 지 이제 3개월이라 정말 재미있거든요.”

웹기반 오피스 업체인 (주)씽크프리코리아 UI팀 장인영 과장(33)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조금 위험해 보인다. 좀더 안전한 방법도 있다. 회사 휴게실에 설치된 펌프 기기 위에서 신나게 뛰는 것. 한 번 하고 나면 땀이 죽 난다.

원래 레포츠를 즐겨 겨울이면 동료들과 함께 3박 4일씩 스키를 타러 다니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여름에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제품 발표가 8·15, 한글날 같은 거창한 기념일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씽크프리의 경우 미국 시장이 주 무대이기 때문에 7월 4일이 하나 더 추가된다. 막바지 작업에 한창 바쁜 이 무렵에는 회사에 마련된 침실에서 잠깐 자고 사우나를 한 뒤 다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여름휴가를 누려보지 못한 것이 벌써 몇 년 째다. 올해는 한 번 챙겨볼 셈을 하고 있다.

장과장이 하는 일은 ‘씽크프리 오피스’의 UI(User Interface)를 총괄하는 것. 씽크프리 오피스는 온라인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웹 기반의 OA 프로그램으로, 어느 컴퓨터에서나 씽크프리 사이트로 접속만 하면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자바 언어로 만들어져 전체 용량이 8MB밖에 안 되는 가벼운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최대 장점. 장과장이 이끄는 UI팀은 아이콘 디자인이나 화면구성 등 사이트 디자인부터 각 요소들이 어떤 프로세스로 배치되어야 사용자가 쉽고 편안하게 쓸 수 있을지까지 고려하고 기획하는 일종의 ‘초기 설계서 작성업무’를 하고 있다. 대화상자 뜰 때의 구성과 순서, 경고 메시지 하나까지도 모두 그의 손을 거치게 된다.

UI 담당자는 유저 마인드가 필요한 동시에 개발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개발 마인드도 필요하다는 것이 장과장의 생각이다. 프로그램 기능에 대한 분석 능력은 물론이다. UI팀은 사용하기 편하고 친숙한 프로그램에 주력하는 반면 개발자들은 탄탄하고 버그가 없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기능 하나를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데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초기부터 개발자들과 술 마시는 자리가 잦았다. 의견 교환과 업무 조율을 위해서는 데면데면한 사이보다 친숙한 관계가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UI를 하다 프로그래머로 옮겨가는 이들이 많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자신의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 이 일이 하나의 전문직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프로그램 매니저, 프로젝트 매니저 등으로 불리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직종이지만 아직 우리 나라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장과장도 처음부터 이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때부터 통신과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면서 컴퓨터 활용법 쪽에 관심이 많았고, 출판사를 다니면서 글 활용법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글과 컴퓨터 측에 이것저것 문의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한글과 컴퓨터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1994년 아예 입사를 하게 된 것. 프로그램 매뉴얼을 쓰는 TW(Technical Writer)로 일하면서 점차 추가기능 기획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UI 작업을 맡게 되었다. 1998년 씽크프리로 옮기기 전까지 한컴 네피스의 매뉴얼 작업도 그가 한 일이다.

장인영 과장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세련된’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스한 웃음 뒤에 진지하고 날카로운 눈빛, 그가 하는 일의 성격에 딱 맞는 그런 표정을 가진 사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