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집 8만원이면 한 달 난방 거뜬 … ‘회전 구들’ 돈 안 드는 친환경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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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경남 하동군 칠불사의 ‘아자방(亞字房)’에 있는 구들은 한 번 불을 때면 100일이 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 구들에 미쳐 30년 가까이 구들만 만들다 대한민국 명장(온수온돌 분야)으로 선정된 이가 있다. 안진근(60·사진) 회전구들 대표다.

 안 대표는 “한 번 때면 100일 가는 에너지가 어디 있나 싶어 연구해 보니 구들 밑에 큰 공간을 만들어 한 번 불을 때면 오래 타도록 나무를 많이 넣는 게 비법이었다”고 했다. 친환경 난방 시스템인 구들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전국의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구들 만드는 법을 익혔다. 일자형인 탓에 열이 빨리 빠져나가는 전통 구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회전 구들’을 고안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개발해 특허 등록한 회전 구들은 구들 아래의 불·연기가 통하는 길인 ‘고래’를 원형으로 돌려 만든다. 따라서 한 번 불을 때면 열기의 97%가 고래에 남아 온기가 오래간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이 아이디어를 가마솥에서 얻었다. 물이 끓으면 밖으로 넘치는 냄비와 달리 가마솥에의 물은 안으로 끓었다. 가마솥의 둥근 바닥이 에너지를 모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회전 구들은 열이 쉽게 밖으로 빠지지 않아 한 번 불을 지피면 5일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옥·양옥 가리지 않고 다 설치할 수 있어 99㎡(약 30평) 규모의 집일 경우 한 달 난방비가 8만원밖에 안 든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2008년 구들학교를 만들어 올해 7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 3월에는 회전 구들과 관련한 책도 발간했다.

그의 꿈은 우리나라 구들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아파트 문화가 자리 잡다 보니 구들을 많이 쓰지 않지만 화석에너지가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구들의 우수성을 알린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은화 기자

◆대한민국 명장=1986년부터 24개 직종에서 매년 뽑아 지금까지 총 520명이 명장으로 선정됐다. 분야마다 15년 이상 종사하면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능인이 대상이다. 기계·통신·건축 등 산업생산 분야 명장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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