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 4곳중 1곳 재무구조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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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체 네곳당 한곳은 영업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할 만큼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그룹 계열 제조업체(13개사) 중엔 절반에 해당하는 6개사가 영업활동에서 올린 현금수입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999년 중 제조업의 현금흐름 분석' 에 따르면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제조업체 3천7백3개 가운데 25%인 9백18개 업체의 금융비용보상비율이 1백%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비용보상비율이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금융비용의 몇배인지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이 비율이 1백% 미만인 경우는 영업활동 현금수입이 금융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와 유사한 개념인 이자보상비율이 영업이익(외상매출.재고까지 포함)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인데 비해 금융비용보상비율은 실제로 기업에 손에 쥔 현금이 이자의 몇배인지를 계산하므로 보다 정확한 지표가 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30대 대기업만 놓고 보면 삼성.현대.LG.SK 등 4대 그룹 계열사중 8개사(16.3%)가 금융비용보상비율이 1백% 미만이며, 5~30대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업체 6개사(42.8%), 비(非)워크아웃 업체 21개사(23.6%)가 1백%에 못미쳤다.

특히 1~4대 그룹 중 금융비용보상비율이 1백% 미만인 8개사 중엔 현대그룹 계열사가 6개사를 차지했다.

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만성적으로 금융비용보상비율이 1백%를 밑도는 기업들은 대표적인 부실기업이라 할 수 있다" 면서 "이들 업체 중 옥석을 구분해 과감한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수입은 업체당 평균 1백15억4천만원으로 19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경우 이같이 늘어난 현금 여유분을 빚을 갚는데 사용하기보다는 계열사간 출자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재무구조를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99년 중 제조업체들의 부동산.유가증권 등 유형자산 처분액은 18억9천만원으로 전체 차입금 상환액의 20.1%에 불과, 자산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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