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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출로 연 3800억 소득 … 사막이 이스라엘 먹여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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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아라바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셰이자프 저수지에 대해 설명하는 알론 가디엔 소장. 이 저수지는 햇볕에 의한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해 거대한 특수천으로 수면 위를 덮었다.

암논 나본(Amnon Navon·74)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내 아라바 지역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52년 전 39명의 개척자와 함께 요르단 접경지역인 이곳을 찾았다. 당시 이곳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불모지로 사람이 살지 않았다. 이 지역 개척자 40명은 혹독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파면 소금기가 섞여 있어 농사를 짓기 힘들었다. 이곳에서 키운 토마토는 다른 곳에서 생산한 토마토의 3분의 1 크기였다.

아무도 이곳에 신경 쓰지 않았다. 개척자를 대표한 샤이 베냐민은 벤 구리온 당시 총리를 찾아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총리는 즉각 “아라바 지역은 이스라엘의 미래”라며 관계 부처와 연구기관 등에 전폭적인 협조를 지시했다. 이후 사막에 적합한 작물과 관개(灌漑)시스템 개발이 잇따랐다.

 현재 이곳에는 2000여 명이 거주하며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있다. 개척 초기만 해도 정부의 농업보조금이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직접적 지원 없이 품종개량 등 간접적 지원만 받는다. 이 지역 농산물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30㎢의 경작지에서 고추·가지·토마토 등을 생산한다. 농산물의 95%는 유럽과 러시아 등에 수출해 한 해 12억5000만 셰켈(약 3800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스라엘의 농업 경쟁력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 생존하려는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1년 강수량이 우리나라 평균(1250㎜)의 40분의 1을 밑도는 네게브 사막(30㎜)에서 농사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관개시스템을 개발해야 했다. 이런 필요에 부응해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방울 물주기(drip irrigation)’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경이 5∼20㎜ 되는 호스에 1㎜ 이하의 구멍을 뚫어 호스에서 물이 한 방울씩 유출되게 하는 방법이다. 작물에만 물이 스며들게 함으로써 물 이용 효율을 99%로 끌어올렸다. 천수답(물효율 50% 미만)이나 스프링클러(75~80%) 방식에 비해 물을 적게 쓰면서도 효율적으로 농작물을 키울 수 있게 됐다.

 1965년 설립된 네타핌은 세계 최대 ‘방울 물주기’ 시스템 생산업체로 컸다. 지난해 8억 달러(약 9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95%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다. 이 회사의 나티 바락 이사는 “네타핌의 모토는 이스라엘 농업의 모토라 할 수 있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작물을 재배하기(grow more with less)’다”며 “기후변화로 전 세계에서 물 부족 국가가 늘어나 ‘방울 물주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적성국이랄 수 있는 아랍국가들에도 ‘Made in Israel’ 표시를 떼고 수출하고 있다.

 아라바연구개발센터의 알론 가디엔 소장은 “아라바에서는 유럽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인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방충제를 쓰지 않고 천적을 이용해 병충해를 예방하고 꿀벌로 농작물을 열매 맺도록 한다. 소금기가 섞여 있는 이 지역의 지하수를 담수화하는 데 필요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한다. 또 부족한 물을 공급받기 위해 664㎡에 이르는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었다. 지하수에서 퍼낸 물과 내리는 비로 17만㎥를 저장한다. 저수지는 태양열로 인한 물 증발을 막기 위해 수면을 특수천으로 덮었다.

 이스라엘은 농산물 품종개량에서도 세계적 수준이다. 아라바 지역의 온실에서 자라는 고추는 한국산 고추보다 5배 정도 크다. 사막 지형에 맞고 농가소득을 늘릴 수 있는 품종을 연구한 결과다. 이스라엘은 농산물 생산자동화 분야에서도 선진국이다. 이스라엘 우유 생산업체인 아피밀크는 젖소 한 마리당 연간 1만2000L의 우유를 생산한다. 호주·뉴질랜드 등 낙농 선진국의 연간 생산량(9000L)을 웃돈다. 이 회사의 젖소는 목과 다리에 부착된 컴퓨터 칩과 센서로 자동 관리된다. 이스라엘수출·국제협력연구소는 내년 5월 15~17일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과 국제 농업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제18회 국제농업박람회 ‘아그리테크 2012’를 연다.

아라바(이스라엘)=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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