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17억 연봉 묻자 "믿기 힘들겠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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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이 16일 오찬 회동 후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가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감독직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정 감독과 서울 광화문 한 한정식집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본지 12월 6일 2면>

 박 시장은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명훈 감독이 그동안 (서울시향에) 바친 열정과 성취에 대해 존중한다”며 “서울시향도 서울시민이 자랑스러워할 (수준이 되기를) 바라고 그 역할을 정 감독이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감독도 “제가 (서울)시향 일을 맡은 지 6년”이라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은 워낙 힘든 일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힘을 합쳐야만 한다”고 답했다.

 그는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강 들었지만 저는 (연봉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며 “솔직히 믿기 힘들겠지만 저는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논란과 관련해) 대강 알아서 자세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 한국 사람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봉 논란에 대한 보도를 봤나.

 “저는 신문을 안 본다. 아침에 일어나 악보를 보고 (집에서) 나와 연습을 하고 다시 집에 가서 요리하는 사람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들은 적이 없나.

 “서울시(의회 의원)가 그렇게 지적을 했다고 하던데. 그 정도만 내가 알고 있다. 자세한 것은 나도 잘 모른다. (서울시향 관계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서울시 안승일 문화관광기획관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찬에서) 박 시장이 정 감독에게 포스트 정명훈을 대비해 정 감독께서 후진 양성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선 논란이 된 유럽 주재 보좌역 인건비, 가족들의 유럽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3장, 국내 판공비 등의 경비에 대해 삭제했다. 이에 따라 정 감독은 내년부터 2억4200만원의 기본 급여와 회당 지휘료 4250만원을 받게 된다. 기본 급여는 동결하고 회당 지휘료만 5% 증액했다. 연봉은 연간 지휘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되는 ‘찾아가는 음악회’ 지휘료는 지금까지 회당 지휘료의 절반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무료로 지휘하기로 했다. 정 감독은 올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제외하고 총 35회 지휘를 했다. 내년에 같은 횟수를 지휘할 경우 약 17억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정 감독의 연봉 논란은 지난달 17일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장정숙 의원이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지적하면서 터져 나왔다.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논란이 확산됐다.

강병철·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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